【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부부들이 직접 나서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민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국내에서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혼인평등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은 14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혼인평등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2년 3월부터 동성 부부도 구청에 혼인신고 접수는 가능하지만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동성 간의 혼인’이라는 이유로 최종 처리되지 않는다.
이에 지난해 10월 10일 천정남(54·남)·류경상(가명·56·남) 부부, 김은재(가명·32·여)·최수현(가명·36·여) 부부 등은 혼인평등소송의 원고로 서울북부지방법원 등 전국 6개 법원에 혼인신고불수리 불복 소송과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제기하는 집단 ‘혼인평등 소송’에 나선 바 있다.
6개의 법원 중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달 13일 각하 결정을 내렸으며 이들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기각했다. 그 외 다른 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제출된 입증계획에 대한 고려와 진행 없이 혼인신고 불수리처분 불복 신청에 대한 각하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 결정을 했다”며 “이에 본 사건의 원고들은 동성부부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혼인의 자유를 위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다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제11조 제1항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함을 명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사회보장제도가 동성부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자 사실혼 관계에 있어 이성혼과 동성혼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 헌법소원 청구인 천정남씨는 “결혼제도 또한 많은 변화를 겪어 왔으며 가족의 개념 또한 많이 달라졌다”며 “현실이 이러한데 24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법의 보호 또한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엄연히 존재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성소수자 부부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리인단의 발언도 이어졌다. 혼인평등소송 조숙현 대리인단장은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거나 동성부부의 동등한 권리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0%~47%에 이를 정도로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달라져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면서 이성혼과 동등하게 혼인을 인정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성혼 불인정은 인권의 문제뿐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위상, 경제적 경쟁력, 그리고 글로벌 인재 유치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라며 “부부로 인정받지 못해 현실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동성부부들이 하루라도 빨리 구제받을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지 않는 민법 규정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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