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상호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 다른 국가가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미국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4월 1일까지 국가별 검토를 거쳐 차등 부과할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의 상품에 관세가 없는 상태지만 트럼프가 비관세 장벽과 환율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며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트럼프, 미국 기업 규제 근거로 韓에 관세 부과 가능성
美 하원의장 "상호관세서 자동차·의약품 면제 될 것"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정책은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줄이고 무역 파트너와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다른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측면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상호관세 시스템이 무역관계에서 공정성을 회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 부과를 위해 검토할 요인으로 각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함께, 비관세 장벽 또는 조치를 지목했다. 또 환율 정책과 임금 억제 정책,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불공정하게 제한하는 관행 등도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상호관세는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가 상호 관세의 집행을 총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지명자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국가별로 다룰 것"이라며 국가별로 검토 및 협상을 거쳐 차등화된 관세율을 적용할 것을 시사했다.
오는 4월 1일까지 상호관세 검토 및 협상을 진행한 후 4월 2일부터 시행할 것이라는 로드맵도 공개했다.
한국의 경우 한미 FTA 체결로 대부분의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비관세 장벽'을 상호 관세의 고려 요소로 삼겠다고 밝힌만큼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이나 일본,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 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콕 집어 언급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여겨온 한국의 각종 정책과 규제를 없애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가 대표적이다.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부당행위를 금지한다는 취지지만 미국 재계는 규제가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지명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자동차와 의약품에 대한 상호관세 조치도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당시 한국의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를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또,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이 약가를 책정할 때 미국의 혁신적인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 및 의약품은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2일 "백악관이 다르게 대응할 일부 분야가 있으며 그중에는 이 두 분야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일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자동차와 의약품을 비롯해 4가지 분야에서 상호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철강 관세 25%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우려.. 韓 악재 연속
4월 1일까지 협상 기회.. 최상목 "FTA로 우리 경제엔 영향 크지 않아"
'관세 전쟁'을 본격 개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일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예외 및 면제 없이 내달 1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25% 관세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전임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도 전면 재협상을 시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기업에 미국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재협상을 추진 중이며 관련 지출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청문회 과정에서 기업들이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바이든 행정부와 최종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자기가 그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는 보조금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상호관세 부과 발표가 더해지며 한국은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다만, 미국 측이 4월 1일까지 검토 시기를 유예한 만큼 우리 정부는 한미 협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이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디지털서비스세 등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하겠다고 예고한 점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적용 관세율이 낮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은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산업통상자원부·기재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방면으로 한미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15일 독일에서 안보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이어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7일부터 워싱턴DC를 방문해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통상 당국자들을 만나 트럼프 2기 통상 정책과 한미 경제 협력에 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가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취임하고 나서 카운터파트 진용이 갖춰지면 조속히 방미해 고위급 협상을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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