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앞서 열릴 걸로 기대되던 공개토론이 결국 무산됐다.
13일 정 후보 선거사무소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후보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3명의 후보에게 토론회 참가를 원할 경우 이날 오후 3시까지 신청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축구협회장 선거 규정상 모든 후보가 동의할 경우에만 토론회가 열릴 수 있다.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간 3자 토론은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12년 만에 열리는 경선인 만큼 각 후보의 정책이 얼마나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선거인단이 직접 판단할 기회가 필요했고, 공개토론만큼 직접적으로 후보 공약을 비교할 장은 없기 때문이었다.
신문선 후보가 먼저 공개토론의 필요성을 제언했고, 허정무 후보도 공개토론을 반기는 제스처를 보냈다. 정 후보 역시 지난해 12월 출마 기자선언에서 건전한 정책 토론회에는 얼마든지 응할 뜻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말과 달리 공개토론은 선거 연기 여부와 별개로 차일피일 연기돼왔다. 축구협회 선운위에서는 공개토론회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신 후보 측에서 공개토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후에도 기존 선거일이었던 8일 하루 전까지도 구체적인 개최 시간을 정하지 않아 사실상 파행으로 이어졌다. 허 후보의 가처분 신청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인용되며 선거가 연기된 이후에도 공개토론에 대한 이야기가 세 후보 사이에서 오갔으나 생중계와 관련한 서로의 입장 차이로 공개토론회는 공중에 붕 뜬 채 없던 일처럼 됐다.
정 후보 측은 이번 토론회 불참을 결정한 이유로 "선거 과정은 다른 후보들의 비방과 허위 주장으로 파행을 거듭했으며, 선거 자체가 두 차례나 연기됐다. 정 후보는 수차례 규정에 따른 선거 절차의 진행과 정책 선거를 다른 후보들에게 촉구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와 전혀 관련되지 않은 기업의 과거 가슴 아픈 사고까지 거론하며 정몽규 후보에 대한 비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토론회가 열리면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너무 높고,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키우는 역효과가 우려되고 있다"라며 토론보다 현장 목소리 청취에 집중할 거라 밝혔다.
그러자 신 후보 측에서 곧바로 반박 보도자료를 내놨다. 신 후보는 "정 후보의 토론회 회피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라며 "무슨 질문이 날아들까 고민이 되나. 캠프 사람들이 써준 예상 답안을 뒤적이는 모습이 비칠까 부끄러운가. 정작 두려운 건 국민들과 축구팬들의 눈과 귀일 것이다. 토론회는 나와 허 후보와 한 약속이 아니라 국민들과 한 약속"이라며 정 후보가 공개토론 불참을 선언한 건 축구경기에서 잔디나 공을 핑계로 기권패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몰아붙였다.
허 후보도 가세했다. 허 후보는 "지난해 11월 이미 '회장선거관리규정' 개정을 통해 공개토론회 무산을 준비했다. 정책토론회를 후보자 모두 동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 "우리가 한 주장이 근거없는 비방이라면, 정 후보는 억울해하지 말고 지난 12년간 사재출연한 금액이 얼마인지 떳떳하게 밝히면 그만"이라며 공개토론조차 나서지 못하는 정 후보가 하루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결과적으로 각 후보의 정책을 선별하고 그 실체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기회였던 공개토론이 무산됐다. 비방이 아닌 정책으로 평가하는 선거를 주창했던 정 후보 측에서 스스로 공개토론을 파행으로 이끌며 공약을 평가할 중요한 자리가 사라졌다. 이제 각 후보의 현장 방문 및 선거 운동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오는 26일 축구회관에서 개최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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