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남측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를 시작했다.
정부는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철거가 완료되면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은 사실상 모두 사라지게 된다.
13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상징적 장소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 행위이자 우리 국유 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관련 법적 조치와 국제사회 협력을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면회소, 남북 합의로 지어진 ‘눈물의 상봉’ 장소
이산가족면회소는 2003년 11월 제5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건립이 합의된 후, 2005년 8월 착공돼 2008년 7월 완공됐다.
총 512억 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에 위치했다.
그러나 2008년 7월 건물이 완공된 직후 고(故)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이 발생하며 개소도 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2009년 9월을 시작으로 2018년 8월까지 총 5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었으나, 면회소의 극히 일부 공간만이 사용됐다.
이곳에서는 약 4,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눈물의 재회를 하며, 분단의 아픔을 달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2018년을 끝으로 더는 운영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 마지막 남은 면회소도 사라지나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일명 ‘하노이 노딜’) 이후 남측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금강산을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 호텔, 금강산 문화회관, 온정각 동관·서관, 구룡빌리지 등 주요 남측 시설을 하나둘 철거해 왔다.
2023년 4월에는 우리 정부 자산이었던 소방서까지 철거했으며, 이번 이산가족면회소 철거가 완료되면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은 사실상 전무하게 된다.
북한은 현재 면회소 본관의 최상층 전망대와 외벽 타일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본관 양쪽 부속 건물의 벽체도 철거되고 있는 상황이다.
北, ‘적대적 2개 국가론’ 기조 강화… 남북관계 단절 수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철거가 지난해부터 내세우고 있는 ‘적대적 2개 국가론’ 기조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을 더 이상 같은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려는 의도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정치·군사적 대립과 별개로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적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면회소까지 철거하는 것은 남한과의 인도적 사안에 대한 대화도 전면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법적 대응 및 국제사회 협력 검토…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철거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는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와 유사한 대응 절차로 볼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남측 자산 철거와 파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이번 사안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면회소 철거 행위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이번 철거로 인해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한 이후, 금강산을 새로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까지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의 경제난과 국제 제재 속에서 자체적인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단순한 건물 철거가 아닌, 남북 간 최소한의 인도적 교류마저 단절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간 4,000여 명의 실향민이 가슴으로 울었던 공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남북관계의 단절을 더욱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의 철거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강경 대응할 방침이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남북관계의 또 다른 단절의 상징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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