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와 7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이다현의 결별 소식으로 씨름계가 떠들썩하다. 유명인의 결별 소식은 늘 관심사다. 더욱이 그 과정이 드라마틱 할수록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간단히 말해 전문 에이전트 없이 이루어진 이다현선수와의 연봉협상 과정에서 빚은 해프닝이다. 7년 동안 공들여온 소중한 자산을 공중에 날려버린 스토리다.
이다현 측은 이다현이라는 엄청난 상품을 보고 달려든 타 씨름단의 현금 유혹을 뿌리치고 거제시를 믿고 7년 동안이나 신뢰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벍혔다.
요즘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그것도 스타의 반열에 오른 스타 선수가 이런 의리를 지킨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그 자체로 훈훈한 스토리로 남을 뻔했다.
말 그대로 일은 꼬였다. 거제시는 킹 메이커를 목표로 해야 했지만 스스로 킹이 되려했다. 그러나 거제시는 이다현 없는 올해, 첫 대회부터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차제에 거제시도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선수를 대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거제시가 자기만을 바라봐 주기를 원하는 것은 선수들의 속성이다. 선수의 이익보다 거제시의 이익을 앞세우는 순간 분쟁의 씨앗이 싹트게 된다. 거제시는 스스로 킹이 되는 것이 아니라 킹 메이커를 목표로 해야 한다.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지만, 거제시 관계자는 음지에서 일하고 끝까지 음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 위치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인공이 되려는 생각을 갖는 순간 어떠한 운명을 맞게 되는지 이다현 없는 올해 첫 대회의 저조한 성적이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자치단체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다.
거제시청씨름단의 역사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급격히 닥쳐온 조선업계의 불황은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그늘을 드리웠다. 이런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든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정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 오션)의 경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 임직원들이 임금의 10%를 반납하기로 결정하는 등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에 당시 거제시장이었던 권민호(69세)씨는 지역경제의 대들보로서 많은 역할을 하는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우리 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을 보존 육성하면서 역사와 문화를 계승해 나가기 위해 씨름단 창단을 결정했다.
거제시청씨름단은 창단 후 이다현 선수와 같은 뛰어난 선수들 덕분에 눈부신 성적을 거두었으며 계속해서 최강 씨름단으로서 승승장구하며 나아갔다. 2020년 정식 출범된 민속씨름리그 대회에서 거제시청씨름단은 여자 천하장사 3회, 단체전 우승을 7회 차지하며 전국 여자씨름단 중 최 강단임을 입증했다. 2023년 104회 전국체전 여자부 씨름경기에서는 거제시청 씨름단 소속 선수들이 경남 대표선수로 선발되어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하며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명문씨름단의 입지를 굳건히 다진 이다현
명절이면 무심코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우연히 만났을 수도 있는 이름. 그 주인공은 바로‘거제시청씨름단 이다현선수’ 다.
이다현은 2018년 거제시청 씨름단에 입단하여 본격적인 씨름 경력을 시작했다. 입단 첫해부터 주요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았고, 2020년에는 여자 씨름 최초로 전관왕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꾸준한 성과를 이어갔으며 작년에 열린 설날장사, 단오장사 ,추석장사, 여자천하장사, 전국체전 등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 씨름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다현선수는‘2024 구례 여자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 개인통산 27회(무궁화장시24회, 여자천하장사 3회, 설날장사 5연패, 전국체전 금메달 3연패)장사타이틀응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대한민국 최고 명문씨름단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이다현선수는 거제시청씨름단 재직 시에도 역사적인 성과만큼이나 지역 사랑에서도 남다름을 보여주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인상금 300만 원과 단체전 상금 200만 원을 보태 거제시 희망복지재단에 성금 500만 원을 기탁 하기도 했으며, 졔룡초등학교 씨름운동부에도 150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쾌척하여 체육 유망우수선수를 돕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부산광역씨름협회로 떠난 이다현은 여전히 승승장구지만, 거제시는 그렇지 못했다. 이디현은 또다시 우승을 이뤄냈다. 무궁화급(80Kg 이하)결승에서 임정수(괴산군청)를2대1로 눌렀다. 이다현은 2020년부터 한번도 이 대회 무궁화급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이적 뒤 첫 대회 우승이라 더 의미다 있었다.이다현은 지난해까지 거제시청에서 뛰다 부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무궁화급 26회 우승의 위업을 쌓았다. 이다현은 지난해 여자 천하장사 등 무려 6관왕에 올랐다. 거제시민들이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글·사진: 손영민/ 칼럼니스트, 거제시청씨름단 명예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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