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올해는 더욱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기회는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유통기업들이 파고를 넘기 위한 '경영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침체, 소비심리 위축, 계엄령,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등 복잡다단한 위기를 돌파하려면 파괴적 혁신과 고강도 쇄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내수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영토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 공통 의견으로 좁혀진다.
<뉴스락>뉴스락>은 쇠퇴의 운명을 거스르고, 성장의 마중물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유통가의 '2025년 경영전략'을 들여다 본다.
상편은 롯데그룹, 쿠팡, 신세계그룹, CJ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전략이다.
롯데 "위기설을 대혁신의 계기로"... 몸집 줄이고, 밸류 올리고
'위기설'이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의 혁신 톱니바퀴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중장기 성장전략과 상통하지 않는 헛도는 부품들은 과감히 새 것으로 바꾸고 있다.
지금껏 그룹을 지탱해왔던 식품, 유통, 화학, 인프라 사업부문에서는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한창인 모양새다.
이와 함께 위기 속 기회를 잡기 위해 바이오 CDMO(위탁생산개발), 전기차 충전 인프라, 2차전지 소재, 메타버스 등 4개 신사업을 돌파구로 제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사장단회의(VCM)에서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경제 및 인구 전망을 고려해 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경영방침은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으로 요약된다. 방향성은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매각 작업과 바이오·AI(인공지능) 등 신사업 투자로 성장을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비핵심사업에 대한 매각을 통해 그룹 전반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롯데그룹은 쇄신의 페달을 연거푸 밟고 있다.
롯데렌탈 매각, 롯데헬스케어 청산에 이어 롯데웰푸드도 제빵사업에 대한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도 실적이 저조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정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체질 개선 작업과 함께 VCM에서 언급한 '해외 시장 개척'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신 회장은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 등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출국해 인도 서부지역에 위치한 롯데웰푸드 하브모어 푸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신 회장은 "이번 신공장 준공이 롯데의 글로벌 식품 사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최상의 품질 제품을 만들어 하브모어를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웰푸드는 오는 2028년 해외 매출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매출액 5조5000억원 달성을 약속했다.
롯데쇼핑은 2030년 매출 20조원에 영업이익 1조3000억원, 같은해 해외사업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롯데GRS는 매출과 영업이익율을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코리아세븐은 흑자전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다크호스 쿠팡, 로켓같은 성장세... "이제야 첫 발 뗐다"
유통의 왕좌에 오른 쿠팡(의장 김범석)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이커머스를 필두로 음식배달·OTT·뷰티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쿠팡은 재작년 공정자산 10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재계 순위를 단숨에 18단계 뛰어오르며 27위에 안착하는 기염을 토했다.
연매출 기준으로 유통가를 호령하는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룹으로 보더라도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을 제쳤다.
로켓같은 성장세는 유통가의 전통 강호들의 입지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경쟁사들은 합종연횡으로 반(反)쿠팡연합에 합류하면서 견제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해 11월 진행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거대한 커머스 시장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며 "(쿠팡)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말했다.
그 해 2분기 사상 첫 분기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쿠팡은 3분기에 10조6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이어져 '연매출 40조원 시대'를 열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쿠팡은 '2027년 전 국민 쿠세권(쿠팡+역세권)'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 물류 인프라 강화에 투자해 지방에 9개의 물류센터를 두고 전국을 로켓배송 권역으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또한 쿠팡은 재작년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고급 뷰티 전문관 'R.LUX(알럭스)를 론칭하면서 뷰티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아울러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문도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다.
2022년 대만에서 로켓배송과 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일본에 배달앱 '로켓나우'를 출시해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투톱체제 신세계, 이마트·백화점 분리경영... '본업 강화' 초점
신세계그룹(대표 이명희)은 지난해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투톱 체제를 공식화하고,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의 분리 경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휘권을 양분하면서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지금이 신세계가 또 다시 혁신하고 변화할 적기"라고 말했다.
정용진 회장 체제의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순매출 29조209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40억원 이상 개선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회계상 인식된 퇴직충당부채와 희망퇴직보상금 등 2132억원 고려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26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72억원 증가한 셈이다.
이마트는 오는 2027년까지 연결기준 매출 34조원,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트레이더스는 25년 3개, 26년 2개, 27년 3개의 신규점을 오픈할 계획이며, 신규 점포의 추가와 함께 기존 점포도 새 단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마트,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는 통합매입을 강화해 물류 효율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커머스 사업인 SSG닷컴과 G마켓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SSG닷컴은 지방권역의 새벽배송과 트레이더스 당일배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배송 커퍼리지 확대에 집중하고, G마켓은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중소판매자들에게 글로벌 판로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 상품 구성에 집중하는 등 오픈마켓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유경 회장 체제의 백화점부문도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는 총매출액이 11조49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하며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순매출액으로 보더라도 6조5704억원으로 3.4% 늘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디에프 등의 수익성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은 25.1% 급감한 4795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 속 신세계는 재무상황을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장기적인 비전 아래 ▲핵심 점포에 대한 리뉴얼 ▲Next 랜드마크 백화점 출점 ▲고급화 및 VIP향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신세계는 올해 럭셔리부티크 전문관인 더 헤리티지 오픈을 시작으로 본관 '더 리저브'와 신관 '더 에스테이트'를 재단장해 본점 타운화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패션·뷰티 등의 브랜드 도소매 사업은 글로벌 확장을 위해 코스메틱 브랜드(스위스 퍼펙션, 연작, 어뮤즈 등)와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할리데이빗슨 켈렉션스 등)를 앞세울 계획이다. 면세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인천공항 2터미널점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매장을 선보인다.
고객들을 집객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앞세워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CJ "잠재적 기회 놓치지 말라" "시장 선점 속도를 높여라"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를 돌아보며 "2426(2024년~2026년) 중기전략 실행의 첫 해임에도 단기적 대응에 치중한 나머지 확실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부족했다"며 "미래 성장 기반을 충분히 다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로 K-푸드, K-컬처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사업 특성상 유리한 고지에 있었던 CJ그룹이 잡을 수 있었던 잠재적인 기회를 상당히 놓쳤다는 의미다.
손 회장은 "우리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식품, 물류, 엔터, 뷰티, 분야 모두 글로벌 확장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국내 사업에서 내실을 다지며 글로벌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그룹은 올해 국내 사업에서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글로벌 영토확장을 위한 초석 다지기에 매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주7일 배송을 시작해 택배산업과 관련된 업계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올리브영은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경산물류센터를 추가로 확장하며, 전국 단위의 물류망 안정화에 나섰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로스엔젤레스(LA)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K뷰티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룹 내 핵심 캐쉬카우인 CJ제일제당은 K-푸드 영토 확장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총 8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해 유럽 헝가리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신규 공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주 대형마트 체인인 'IGA'에 비비고 제품들을 입점시키는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대한통운 포함 연결기준 29조3591억원의 매출과 1조55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 20.2% 증가한 수치다.
대한통운을 제외하면 지난해 매출 17조8710억원, 영업이익 1조323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0.1%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6% 늘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 혁신성장 동력을 빠르게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CJ그룹은 올해 온라인 사업 강화에도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첫 현장경영 사업장으로 지난 7일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CJ온스타일 본사를 찾아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를 중심으로 거래액을 확장한 성과 등을 격려하고 사업 현장을 점검했다.
이날 이 회장은 "지난해 CJ온스타일이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 모바일 커머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시장 변화를 주도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독보적 경쟁력으로 시장 선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百, 지주사 전환 속 '변화의 물결' 더하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의 파고에 맞서 힘차게 나아가자"며 "그룹이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성장의 동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30년까지 매출 규모 40조원, 영업이익 2조원 달성이 목표다.
이를 위한 방향성은 기존 유통·패션·리빙·종합식품 등의 주력사업에 뷰티, 헬스케어, 바이오, 친환경 등 신사업을 더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 사업에 'AI기술'을 더하는 것에 진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AI기술에 기반한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는 '데이터 마케팅 2.5'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내부 직원용 판매 데이터 시각화 및 분석(데이터 마케팅 1.0)이나 생일 등 단순 데이터를 활용한 매스 마케팅(데이터 마케팅 2.0)에서 더 나아가 점포별로 고객 구매 패턴을 구체화해 개인화 마케팅의 효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린푸드는 AI카메라로 실시간 대기인원 수를 카운팅해 구내식당 혼잡도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전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AI 피플카운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리바트도 AI기술을 활용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별개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으로 우량 자회사(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등)의 지분을 확대해 매출과 영업이익 및 자산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 그룹은 지난달 24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지주사 전환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핵심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의 지분 1.8%(약 40만주)를 장내 매수한다. 현대홈쇼핑도 한섬 지분 1.5%(약 33만주)를 장내 매입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약 24만주)의 자사주도 매수했다.
같은날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충족을 위해 대원강업과 현대퓨처넷 지분 정리에도 나섰다. 이에 따르면 자회사인 대원강업의 지분 10.1%를 각각 현대홈쇼핑(475만5695주, 7.7%), 현대백화점(148만8114주, 2.4%)으로부터 매수한다.
현대홈쇼핑은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퓨처넷 주식 3145만9590주(지분 28.5%)를 매수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량 계열사들이 적정 가치에 못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적인 밸류업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대원강업과 현대퓨처넷 주식 정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유예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주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절차 및 규정에 따라 계열사간 지분 거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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