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달 선보인 AI 모델 딥시크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첨단 반도체 사용에 제약받고 있는 중국이 AI 기술을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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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는 “기준(규정) 만드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시장 창출을 독려하는 중국의 연구개발(R&D) 노력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IBM 왓슨연구소 출신인 이 교수는 혈혈단신 중국으로 넘어와 최고 이공계 학생들이 모인 칭화대에서 한국인 최초 정교수(종신교수)를 따낸 미·중 반도체 전문가다. 세계적 반도체 학회인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위원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 세운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기술 자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AI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중국은 스스로 약하다고 판단하는 기술분야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며 “R&D를 고등교육단계부터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칭와대만 해도 첨단기술 R&D 예산이 연간 7조원에 달할 정도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중국의 기술개발 집념은 인재 투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한 지인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일하다 중국 기업으로 이직했는데, 회사측이 ‘지금까지 했던 거 대신 새로운 연구를 해보라’는 제안을 했다”면서 “기술 이전을 압박하지 않고 새 도전을 독려하면서 인재를 영입한 식”이라고 전했다.
중장기에 걸친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은 지난해 ISSCC 논문 채택 1위, 네이처 인덱스(논문 영향력 평가) 1위, 전세계 특허 출원 1위라는 결실을 맺었다. 딥시크뿐 아니라 다른 AI 기업들과 로봇·게임·바이오 분야 기업들도 속속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첨단기술 개발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단기적인 유행이나 성과에 치중하지 말고 중장기 계획과 세부 과제를 세워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고등교육인 대학의 자율화·특성화를 장려해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인재 개발을 위한 영재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인재들이 이공계로 모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유독 의대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도 딥시크처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기업 한 곳만 나온다면 이공계 위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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