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게 있다가 다 무너진다…첨단산업 법안 통과 절실"

[이데일리 조민정 김소연 공지유 기자] “첨단 전략산업 지원 법안들의 신속 처리가 절실하다.”

한국 첨단 전략산업들이 일제히 복합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법·제도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배터리의 경우 생산 보조금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2일 재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가 논의 중인 첨단 전략산업 법안은 반도체특별법과 에너지 3법(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법, 해상풍력 특별법) 등 미래 먹거리 4법이다. 여야는 이 가운데 반도체특별법에 포함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고학력 근로자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특별법,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법안들을 다 통과시켜야 한다”며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또한 연구자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조항이라고 언급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과 함께 사용후 배터리 입법 지원을 업계에서 희망하고 있다”며 “트럼프 2기의 정책 기조에 맞춰 미국 현지화 전략 강화, 원가 경쟁력·기술 초격차 확보,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축소 등 대응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배터리 산업의 경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공급망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우리 기업이 무너지면 다시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만큼 소부장 기업에 대한 각별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박 부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처럼 배터리 공급망 기업에 한시적인 생산 보조금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주력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차세대 마이크로 LED 분야의 지원을 강조했다. LED 사업 역시 대만과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한국은 국내 생태계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2010년대 LED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한국이 사실상 LED를 포기했다”고 돌아봤다.

이 부회장은 “대기업 참여가 어렵다 보니 중국이 치고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거의 제자리 걸음이었다”며 “일단 소부장 기업들이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양질의 LED 시장 창출을 빨리 형성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