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담임교사에게 유죄 판결이 선고되자, 교육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유감의 뜻을 표하며 “학생 안전, 교사 보호 담보 못하는 현장체험학습 중단·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는 인솔교사 A씨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인솔보조교사인 B씨에게는 무죄를, 버스운전 기사인 C씨에게는 금고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신 판사는 학생들을 인솔할 때 학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아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모든 과실이 C씨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이외에도 A씨로 인해 학생안전관리에 대한 주의의무보다 교권이 우선 보호받아야 한다는 오해가 일어났고 이 때문에 유족이 대중의 비난을 받은 점,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교사인 B씨에는 한 학급당 인솔보조교사가 1명씩 배치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학생안전에 대한 주의의무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를, 버스운전 기사 C씨는 전방좌우 주시의무를 게을리 한 점, 유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점,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금고 2년을 선고했다. 다만 C씨는 공판기일에 성실히 출석한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단체들은 앞다퉈 입장문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인솔교사에게 과중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이 교육현장에 심각한 부담이 될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그동안 현장체험학습 관련 사건, 사고가 계속 이어져오면서 학생과 교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으나 진전이 없었다”며 “지금처럼 학생의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인솔교사에게 돌리고자 한다면 현장체험학습의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교사들에게 위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총2030청년위원회, 강원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선고 직후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도, 교사도 보호하지 못하는 현행 현장체험학습은 중단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고의성이 없음에도 교사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은 판결에 대해 전국 50만 교원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안전 점검과 조치에 최선을 다한 교사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의 책임만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 교사 한 명이 수 십 명 학생을 인솔하면서 수많은 변수와 돌발 상황까지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그럼에도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어느 교사가 현장체험학습을 가려고 할 것이며, 어떤 학교장이 후배 교사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을 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법과 제도, 판결이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현장체험학습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강 회장은 학부모와 국민에게는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오롯이 교사에게 전가하는 현장체험학습은 결코 강요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하며 “학생 안전과 교사 보호가 담보되지 않는 현행 현장체험학습은 중단, 폐지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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