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과 주식 시장의 침체에 따른 주가 방어 조치가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4조3156억 원으로, 2022년의 8조2863억 원 대비 72.8% 증가했다. 또한, 자사주 소각 규모도 12조1399억 원으로, 2022년의 4조7429억 원에 비해 무려 156% 급증했다. 이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한 상장사의 수 또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는 464곳으로, 2022년의 376곳에서 23.4% 증가했다. 자사주를 소각한 상장사도 137곳으로, 전년 대비 42.7% 증가하며 적극적인 자사주 정책이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지난해 자사주를 가장 많이 매입한 기업은 고려아연으로, 총 2조1249억 원을 매입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 매수 전략을 발표하며 발행주식의 9.85%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으나, 올해 1월 말까지 소각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영풍 측은 고려아연에게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는 압박을 가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에 이어 삼성전자가 1조9925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총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단계적으로 매입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메리츠금융지주(8624억 원), KB금융(8200억 원), 신한지주(7000억 원) 등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자사주 소각 부문에서는 삼성물산이 1조289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향후 5년간 보통주 13.2%, 우선주 9.8%를 점진적으로 소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한 유일한 상장사로 기록됐다. KT&G는 8천617억 원을 소각하며 2위에 올라섰고, SK이노베이션(7936억 원), 포스코홀딩스(7545억 원), 네이버(6866억 원) 등도 상위권에 위치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에도 대기업 중심으로 밸류업 전략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들의 자사주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기업가치 제고 및 주가 방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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