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민족인데 정작 밥 만드는 사람은 눈물···인력난에 몸살 앓는 K-급식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밥의 민족인데 정작 밥 만드는 사람은 눈물···인력난에 몸살 앓는 K-급식

여성경제신문 2025-02-12 16:30:00 신고

#한국인은 '밥심'이라고들 한다. 인터넷상에서는 한국인들의 '밥 사랑'에 관한 유머도 돌아다닌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에 진심이다. 그러나 한국은 밥 먹는 데 진심인 것과 달리 정작 밥을 만드는 사람들의 직업적 환경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현재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한창 자라는 성장기인 아이들이 먹을 밥을 만드는데도 대우가 좋지 않은 것이다. 이는 몸을 쓰는 일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학교 급식 현장의 인력난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 인력난은 현직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가 심해지는 결과를 일으켰다.

급식 노동자들은 무더위로 인한 땀띠부터 관절 질환, 심지어 폐암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나 그와 별개로 오랫동안 방치된 문제이기도 하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국 노동 강도에요"

12일 학교 급식 노동자 관계자 A, B, C씨가 여성경제신문에 한 말이다. 급식 노동자로 10년 넘게 활동한 A씨에 따르면 보통 공공기관에서는 조리 종사원 1명 당 65~80명 정도를 담당하게 하지만 실질적으로 급식 노동자 1명이 담당하는 인원은 12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고된 조건은 현장 노동자의 무리로 이어진다. 급식 노동자들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직업병으로는 근골격계 질환, 폐암 등이 있다. A씨는 "방학 때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병원에 다닌다"라며 자신도 10년을 일하면서 어깨 근육 일부가 파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학교가 아니더라도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허리, 무릎에 무리가 간다. 인공 관절을 넣는 분도 있지만 무릎의 경우 산재로 잘 인정되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A씨는 이 외에도 "급식 노동자는 요리하면서 생기는 화상, 베임, 찔림 등의 사고성 재해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에서 급식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B씨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노동 강도가 큰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 조리 실무사 중 자발적으로 퇴사한 비율은 2022년 56.7%, 2023년 57.5%, 2024년 60.4%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노동 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자 1명 당 담당하는 인원을 줄이고 보조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노동 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자 1명 당 담당하는 인원을 줄이고 보조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노동 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노동자 1명 당 담당하는 인원을 줄이고 보조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인력난이 예상되므로 학교 급식실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의사를 밝혀 경기도학비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장은 노동자들의 대우를 개선하지 않고 또다시 실패한 민간 위탁을 시도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급식 노동관계자 C씨는 여성경제신문에 "이전에도 민간 위탁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라며 "직영으로 다시 바꿔놓고 또 민간 위탁을 시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민간 위탁 업체는 결국 이윤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기에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아직 검토하고 있을 뿐 협의가 이뤄진 사항은 아니다"라며 인력난을 위해서 위탁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식재료 사용과 영양사는 그대로 가고 조리 인력만 바뀌는 것"이라며 부정했다.

안정적인 인력 수급과 그로 인한 급식 질 유지를 위해서는 결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현장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C씨는 "급식 노동자들은 방학 때는 월급도 받지 못한다"라며 "9개월만 일하고 임금을 받으며 노동자들이 아르바이트 등의 겸임을 하려 해도 학교에서는 문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겸임 허가도 내주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급식 노동자들은 학교 방학 동안 임금이 없고 대신 50만원 가량의 별도 상여금만 받는다. 이들이 아르바이트 겸직이 힘든 이유는 공직에 일하면서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게 하려는 공무원의 겸직 금지 조항이 급식 노동자에도 적용되고 있는 탓이다.

C씨는 "이런 상황에서 식문화의 발달로 요구되는 급식의 질은 점점 높아지기만 한다. 인력이 부족한데 일은 더욱 힘들어지니 기존 종사자들도 퇴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급식 노동자들의 힘든 노동 환경에도 불구하고 상황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급식 노동자들의 힘든 노동 환경에도 불구하고 상황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급식 노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력을 보충해 개인이 담당하는 부담을 줄이고 현장에서의 휴식 시간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사회적 인식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학교급식도 급식운영비 중 인건비 비율이 50%를 넘긴 상태에서 더 이상 인건비 지출이 커지면 급식의 질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여 인상이 아닌 아예 노동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에 K-급식을 칠 경우 외국과 비교해 영양상으로 우수하다는 칭찬과 몇몇 높은 질의 급식 사진이 '레전드 학교 급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닌다. 그러나 정작 이런 급식을 만드는 급식 노동자에 관한 관심은 아직도 부족하다. 15년간 학교 급식소에서 일한 D씨는 "이전에 비해 반찬 가짓수도 크게 늘고 일도 더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다.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