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 전자 지분 2800억 매각…블록딜로 시장 충격 최소화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준수를 위해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 이번 매각은 블록딜(Block Deal) 방식으로 진행돼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지만, 주가 변동 가능성과 향후 추가 매각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총 499만5409주를 매각했다. 삼성생명은 425만2305주를 매각해 2337억7471만9680원을 확보했고, 삼성화재는 74만3104주를 매각해 408억5288만5504원을 조달했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51%에서 8.44%(5억390만843주)로 감소했으며, 삼성화재의 지분율도 1.49%에서 1.48%(8805만8948주)로 줄었다. 두 금융사의 합산 지분율은 10% 미만으로 조정돼 금융 규제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블록딜로 시장 충격 최소화… 할인율 1.3%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산법 위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금융사는 동일 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밸류업 전략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면서 두 금융사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10%를 초과하게 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매각이 진행됐다.

이번 매각은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됐다. 블록딜은 장중 시장에서 대량 매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시간 이후 기관투자자나 대형 매수자들에게 일괄 매각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특징이 있다.

매각가는 11일 삼성전자 종가(5만5700원) 대비 약 1.3% 할인된 5만4976원 수준으로 체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 만큼,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입자가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연기금이나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이 매수했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주가 영향 제한적… 시장 반응은 ‘관망세’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00원 상승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블록딜이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었지만, 시장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이는 매각 물량이 예상된 범위 내에서 소화됐으며, 대규모 패닉셀링(공황 매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금산법 준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삼성전자 경영권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만 향후 추가 자사주 소각이 진행될 경우 지분율이 다시 10%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 블록딜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번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사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번 매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매각 대금이 배당 확대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금융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약 7조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소각을 계획하고 있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 변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 만약 지분율이 다시 10%를 초과할 경우, 추가적인 블록딜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삼성 금융계열사가 이번 매각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추가 자사주 소각 시 또 다른 지분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 향후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