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체가 각자 트럼프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 분주한 것과 달리 포스코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탄핵 사태로 인해 정부의 외교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별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 장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에 관세 25% 부과 방침을 예고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내 철강업계는 2017년부터 쿼터제를 통해 연평균 수출량의 70%(263만t)까지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었지만 이제 이마저도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대로 관세가 적용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세는 3월 12일부터 적용받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 발 관세에 국내 정부가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란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에 이미 유럽연합, 브라질, 중국 등은 보복 관세를, 일본은 정상회담 등 각 국가별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탄핵 사태 이후 발생한 리더십 공백으로 이러한 외교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각 기업별 대응 및 전략이 중요한 시점인데 포스코의 경우 아직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북미 수출 비중은 약 15%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6370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대비 36% 감소했다. 25% 관세가 적용될 경우 올해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취임한 장인화 회장은 지난 1년간 고강도 인사, 현장 안전, 노사 갈등, 화재사고 진화 등 내부 문제에 집중해 왔다. 글로벌 전략으로는 경쟁력 높은 고가치 제품을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를 내세웠다. 중국의 저가 철강과의 격차를 벌려 경쟁력을 확보하고 저탄소 제품을 통해 고가치 철강 시장을 선도하겠단 방침이다. 그러나 해당 전략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문제를 해결하기는 부족한단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미 경쟁사들은 트럼프가 취임하기 이전부터 트럼프발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현지 제철소 설립으로 트럼프발 관세에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미국 현지 제철소 설립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루이지애나와 조지아 주 정부 등과 현지 제철소 건설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철소가 설립된다면 미국 조지아·앨라배마주 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이르면 내년 봄 착공해 2029년께 제철소를 완공할 계획이다.
동국제강 역시 트럼프발 철강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과 달리 동국제강은 미국의 고관세를 피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확장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이 트럼프 관세를 피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호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지난달 호주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호주 시장을 통해 트럼프발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를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미국에 직접 투자 계획은 없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이 상세하게 발표되면 적시에 대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신시장 개척을 통해 미국 리스크를 상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집권 1기 시절 수입 철강에 대한 고관세 정책을 한차례 시행한 역사가 있다. 국내 철강업계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빠르게 대응 전략을 내놓은 배경이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각각의 노선을 확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는 명확한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처럼 포스코도 미국에 제철소를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는 이미 한차례 트럼프 관세 쇼크를 맞이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관세에 대해서는 비교적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철강 1위인 포스코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쟁사들이 트럼프 1기에서 경험치를 쌓은 반면 장인화 사단은 취임한지 불과 1년이라 전략 수립에 있어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트럼프 관세에 대해 아직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관세의 부과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관세 조치의 정확한 내용을 면밀하게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또 현지 제철소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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