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8살 김하늘 양 살해 사건은 전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해당 학교의 여교사였다.
더욱 끔찍한 것은 범행 후 피해 아동의 가족을 맞닥뜨린 여교사가 태연히 "없어요. 나는 몰라요."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범죄심리 전문가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이 단어 선택 자체가 철저히 계산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유형의 범죄자들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자포자기가 아니다, 철저한 은폐의 의지가 보인다”
표창원 소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통의 우발적 범행이라면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는 매우 침착하게 피해자 가족을 돌려보내려 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우울증이나 순간적 감정 폭발로 인한 범죄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할머니가 직접 들어왔다면 그녀 역시 위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해자는 자신의 범행을 철저히 은폐하고자 했고, 만약 할머니가 강제로 진입했다면 또 다른 공격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단순한 충동적 범행이 아니라 계획적이며 고도로 위험한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해하려고 했다’는 주장, 신빙성 있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사는 체포 직후 "아이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다. 나는 자해하려고 한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표 소장은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수많은 범죄자들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유를 댄다. 술 때문, 가정불화 때문, 실직 때문… 그러나 이런 주장들이 범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해자가 사전에 흉기를 구매한 점을 언급하며 "흉기 구매 자체가 계획적 범행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즉, 단순한 순간적 충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살해의 방법도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목을 졸라 살해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흉기를 이용해 지나칠 정도로 잔혹하게 공격했다. 이는 가학적 욕구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 심리의 어두운 단면을 짚었다.
우울증이 원인?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사건 발생 후 일부에서는 가해 교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정신적인 문제가 범행의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신 질환만으로 이번 사건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표창원 소장은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격성과 폭력성이 강한 상태에서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우울증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신과 전문의 이수정 교수 역시 "정신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계획성이 보인다면 단순한 충동적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가해자는 우울증이 아니라 다른 성향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몰라요’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
범죄자들은 종종 범행 후 ‘최선의 대응’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 교사는 ‘없어요’ ‘몰라요’라는 짧은 대답으로 피해자 가족을 돌려보내려 했다.
표 소장은 이를 두고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단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말들은 단순한 부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상대방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도록 만들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범죄자들은 체포를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강한데, 이번 사건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조사와 처벌 방향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우울증 범죄’로 치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일부 변호사들은 "정신 질환이 있는 경우 심신미약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심신미약’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 박지훈 씨는 "가해자의 행동을 보면 사전 준비부터 사후 대처까지 매우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심신미약을 주장하기 어려운 정황"이라며 "만약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면 유사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어 법원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가해자의 정신 감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있으며, 향후 재판을 통해 범행의 동기와 계획성 여부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강력 범죄 그 이상으로,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학교라는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많은 부모들이 충격을 받았다.
심리학자 강지원 교수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교내에서도 정신 건강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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