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계기로 주 4일제 도입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와 관련한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며 "인공지능과 신기술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근로자의 근무 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발언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 5일제를 4일제로 줄일 경우 업무 스트레스 증가, 임금 삭감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직종이나 산업군에서는 현실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개인 사업주들은 이재명 대표의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사업주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직장인들 역시 주 4일제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업무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창원에서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김병도 씨(57)는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겠다는 것은 결국 '5일 동안 하던 일을 4일 안에 해내라'는 뜻과 다름없다"며 "직원들의 급여는 5일 동안의 업무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만 줄인다면 사업주들에게 금전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년 차 직장인 최은선 씨(28)도 "국회의원들에게는 필요한 정책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보다 부담이 클 가능성이 높다"며 "줄어든 시간 안에 주어진 업무를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업무 부담 증가로 스트레스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도 잦은 야근으로 인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데, 주 4일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근무 환경이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 4일제 도입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많다는 점에서 직장인과 사업주 모두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해외에서는 주 4일제 정책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2015년 스웨덴 예테보리시는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 공공 병원과 공공 요양원에서 6시간 근무제를 포함한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다. 그러나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연간 60만 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자 해당 제도를 철회했다.
일본도 주 4일제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워크라이프 초이스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했다.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회사를 닫고 직원 2300명이 3일 연속 쉬도록 한 결과 직원 만족도가 92.1%에 달했고 생산성도 40% 향상됐지만, 추가 인력 없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웠고 일본의 장시간 근무 문화와 충돌해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영국은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했다. 금융, 법률, 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의 61개 기업이 참여했지만, 모든 기업에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고객 응대가 중요한 금융, 법률, 의료, 고객 지원 산업에서는 서비스 저하 문제가 발생했고, 생산성이 중요한 식품 제조업과 유통업에서는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인해 다시 주 5일제로 복귀한 사례가 많았다.
스페인의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2021년 10월 주 4일제를 도입하면서 임금을 15% 삭감하는 조건을 제시했으나, 직원 2만 명 중 150명(0.75%)만 참여해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 4일제 도입 후 기업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임금 삭감이나 동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 부문에서조차 추가 비용 문제로 지속 운영이 어려웠다면, 민간 기업에서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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