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반도체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업계에 가장 큰 시장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대미(對美) 전략에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의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달러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2022년(1292억달러) 기록을 뛰어넘었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DDR5,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매 분기 수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122.8% 증가한 102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 메모리 생산공장이 없어 관세 부과 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Austin)시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설이며 현재 공사 중인 테일러시 공장도 메모리 시설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시설을 공사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더라도 부과 기준이 원산지인지, 최종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만 보더라도 엔비디아 GPU(그래픽저장장치)에 패키징 되는 HBM은 대부분 대만 매출로 잡힌다.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 생산한 HBM을 TSMC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대만으로 보내고 TSMC는 이를 GPU와 패키징 한 이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가 반도체 업계까지 확산되자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철강·알루미늄처럼 25%의 관세가 부과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으나 이렇게 되면 최종 소비재 가격이 올라 결국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 마이크론도 일본과 대만에 메모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업계에 대규모 관세를 매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현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관세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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