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달 20일 KB국민은행과 실명계좌 사전등록이 시작된 이후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KB국민은행의 사전 입출금 계좌 연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 전인 지난달 1~10일까지는 영업일 평균 5500건이였지만, 연결 이후 지난달 20~31일까지는 평균 2만1100건으로 약 3.8배로 증가했다. 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인 스타뱅킹의 가입자도 같은 기간 약 4000건에서 1만8500건으로 4.6배 늘어났다.
지난달 기준 빗썸 NH농협의 예치금은 약 2조5000억원. 이같은 예치금 대부분 예치금이 농협에서 국민은행으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 거래소인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예치된 금액은 약 7조75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국민은행 사용자들이 빗썸을 이용한다면 예치금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군 장병을 포함한 20~30대의 신규 유입도 늘어날 것이란 게 빗썸의 기대다.
현재 관련 당국으로 부터 법제화가 논의 중인 법인 영업도 빗썸이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올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본격 실행되면 국민은행 실명계좌 제휴 이후 시너지 창출로 신규 시장에서 유리한 유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것도 빗썸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 법인 가상자산 거래 허용 여부를 발표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고객 위주로 형성돼 있었다. 업비트가 지금까지 시장 1위 위치가 가능했던 이유가 비대면 계좌 개설이 쉽고 빠른 케이뱅크의 개인 고객층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업력이 길지 않은 만큼 케이뱅크는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인 고객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빗썸이 KB국민은행으로 파트너를 변경하면서 많은 기업 고객과 투자 규모가 큰 '빗썸- KB국민은행 연합'이 유리해졌다는 게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또한 은행들은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법인들의 커스터디(가상자산 보관) 서비스 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작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합작법인으로 커스터디 업체 코다를 설립한 상태다.
한편,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재계약을 체결했다. 케이뱅크 측은 당시 3년 계약을 조건을 원했지만 1년 단기로 계약 맺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계약 만료 이후 하나은행과 제휴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하나은행은 아직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가 없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와 은행의 계약이 암묵적인 '1사-1은행' 원칙에 따라 빗썸은 KB국민은행으로 파트너를 변경한 만큼 업비트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케이뱅크보다는 다른 전통 은행사로 바꾸는 것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선일 빗썸 서비스총괄은 “원화 입출금 은행 전환 과정에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모든 고객이 새로운 환경에서 불편 없이 빗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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