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심영범 기자] 합성 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온라인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업자들의 강한 반발과 일부 의원이 유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인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는 합성 니코틴을 규제하기 위해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박성훈 의원안 등)이 안건으로 논의됐으나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됐다.
이날 논의된 안건은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 등이 발의한 10건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다. 주요 골자는 담배 원료 범위를 ‘연초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넓히는 내용이다.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연초 잎’을 사용한 것이 아닌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이다. 이에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고, 궐련형 담배는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처럼 담뱃세와 부담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특히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만든 전자담배는 경고문구 표시, 광고 제한, 온라인 판매 제한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할 수 없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연구용역 결과 합성니코틴 원액에 유해물질(발암성·생식독성 등)이 상당량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고 발표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합성 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담배사업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지만, 결국 국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법안심사에서 일부 의원은 합성 니코틴이 유해하다는 정부 용역 결과에도 불구하고, 유행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 액상담배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하며 법안 통과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담배사업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하며 온라인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업체들은 이번 소위원회가 열리기 전 소속 상임의 위원들에게 개정안을 반대하는 내용의 문자를 대대적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생존권과 함께 합성니코틴이 화학물질관리법으로 규제받는 만큼 담배사업법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며 개정안을 반대했다.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개정안과 관련해 소매점 거리 제한(일정 거리 이상 유지), 가격 상승 폭, 업자 피해 등에 관한 기획재정부 의견을 확인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합성니코틴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전자담배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합성니코틴을 쓴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2015년부터 국내에서 유사담배로 판매되며 벌써 10년째 별다른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서다.
전자담배협회는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90% 이상이 규제 밖에 놓여있다며,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정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스웨덴 등 해외에서는 합성니코틴을 담배 또는 니코틴 제품으로 규제하는 상황 역시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 4월 14일 합성니코틴을 담배와 동일하게 규제 및 FDA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아울러 액상형 전자담배업체들의 이중 규제 주장에 대해서도 전자담배업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전자담배협회 관계자는 "천연니코틴이든 합성니코틴이든 모든 니코틴은 1% 이상 함유량을 가지는 경우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로 규제 대상"이라며 "합성니코틴만 중복규제에 해당하는 것은 잘못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니코틴은 각성물질이자 중독물질이어서 끊임없이 흡수하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일어난다"며 "이런 물질을 국가에서 당연히 관리를 해야 하는 게 상식임에도 개정안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20년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담배 범위를 '연초 잎'을 포함해 '뿌리·줄기 추출 니코틴 등 원료로 제조한 담배'로 확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 이번 담배관리법 개정안 통과 무산이 국회 스스로 불법을 용인하는 꼴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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