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탄핵정국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트럼프발(發)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며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통상분쟁이 격화하면 1% 중반대 전망도 위태로울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KDI는 이 같은 진단과 함께 현 시점에서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법률적 요건상 ‘시기상조’로 상반기 신속 예산집행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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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관세↑, 수출에 직격탄…1% 초반 전망도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전망 수정’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지난 11월 전망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고율 관세 정책을 펴더라도 시간을 두고 진행할 것으로 봤는데 예측을 벗어났다”며 “또한 정국 불안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탄핵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성장률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KDI가 이번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6%(상반기 0.9%·하반기 2.2%)로 대폭 낮춘 것은 내수부진에 더해 미국 신정부의 정책 변화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서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1.8%→1.6%)·설비투자(2.1%→2.0%)·건설투자(-0.7%→-1.2%)·상품수출(1.9%→1.5%) 증가율을 모두 하향 조정했다. 특히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수출 전망은 전년(6.9%)의 높은 증가세가 조정되면서 1.8%의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실장은 “미 신정부의 정책변화는 크게 (한국에) 직접 관세를 인상하는 것과 통상정책 변화의 대상, 시기,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두 가지 부분”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지면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그것은 우리 수출 여건이 그만큼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통상분쟁이 격화하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미국과 제 3국이 통상 분쟁에 나서면 우리나라는 제 3국과의 교역 제약이라는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한편 이에 따른 각국의 경기 둔화가 우리 수출을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1.6% 성장률이 1% 초반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
KDI는 다만 철강·알루미늄 관세(25%)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정 실장은 “철강·알루미늄의 대미 수출 비중을 보면 한국 전체 수출에서 0.8% 정도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는 타격이지만 GDP 차원에서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령을 통해 다음 달 12일부터 한국 등 각국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 “추가 금리 인하 필요…추경 편성은 ‘시기상조’”
KDI는 이번 경기 진단을 토대로 향후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고 경제 상황 대비 고금리로 보인다”며 “중립금리가 대략 2%대 중반이라고 보면 현재 안 좋은 (경기) 상황을 생각해서 지금 금리(3.0%)에서 2~3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추경 편성에는 현재 경제 상황이 ‘침체’로 볼 수 없는 등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가재정법 제89조를 보면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한 경우다.
정 실장은 “지금의 상황을 ‘경기침체’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런 측면에서 법적으로 추경 요건이 갖춰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물론 추경이 모두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진 않지만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상반기에 (예산을) 조금 더 집행하는 것이 경기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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