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초격차 기술을 앞세운 글로벌 1위 K디스플레이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염가 경쟁으로 치닫는 중국 시장과의 대결 양상 등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며 업계 1위 아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우위를 빼앗기는 굴욕까지 겪은 가운데 LCD(액정표시장치) 시장뿐만 아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에서도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수익성과 시장성을 다시금 회복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OLED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27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30억 달러) 대비 약 2% 하락했다. 일각에선 현재 집계되지 않은 12월 실적을 포함해도 전년도 수출액 규모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고보 있다.
이 같은 여파로 글로벌 OLED 시장에서 한·중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매 분기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 조사 결과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3분기 중소형 OLED 3분기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전년 동기 45%보다 8%포인트 줄어든 37%를 기록했다. 반면 2위인 중국 BOE는 같은 기간 점유율을 소폭 개선했으며, △차이나스타(CSOT) △비전옥스 △티엔마 등의 기업들도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1분기엔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 결과 지난해 1분기 우리 업계의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8.2%로 50.5%를 기록한 중국에 역전당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4.7%가량 점유율이 쪼그라든 것이다.
중국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OLED 분야에 대한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현재 시장 전반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LCD 분야의 양상과 유사하다.
현재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에 따라 OLED를 미래 육성 산업으로 지정해 과감한 기술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 지방 정부가 공동 투자를 하는 등의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성장을 이룬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중소형 OLED 생산량을 우리나라 기업들의 제품보다 가격을 크게 낮춰 공급하는 ‘염가 공세’를 펴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자국산 패널 중심의 시장을 주도하며 강력한 견제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영향으로 BOE는 중국 전자기업 중 매출 기준 2위에 올랐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노린 중국 기업들의 러시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가장 큰 무기는 단연 가격경쟁력”이라며 “그럼에도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는 각종 글로벌 전시회를 통해 초격차 기술력이 담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메이저 고객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격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일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매출 부문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이익률 부문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33.9% 감소한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IT 기기에 패널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가 주도하던 O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진 점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기업들은 IT용 OLED 시장 선점을 위한 시설 등 투자를 발 빠르게 늘려 중국의 추격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IT용 OLED 라인을 짓고 있다. 2026년 양산이 목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 중심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 OLED 생산 시설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3911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이번 투자로 LG의 베트남 총투자 규모는 56억5000만달러(약 7조8620억원)로 늘어났다.
아직까지 국산 패널에 밀린 기술력 한계로 내수 시장 위주로 납품되고 있는 중국산 OLED를 상대로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AI)에 적용할 수 있는 저전력 디스플레이와 연신율(화면이 늘어나는 비율)을 확장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조만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해 화면을 비틀거나 접고 늘릴 수 있어 ‘프리폼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플렉시블보다 구현이 어려운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약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막대한 자국 내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패널을 공급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아직 수율이나 신뢰성 등 기술 격차가 여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OLED 시장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분명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