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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등 배제하고 민생추경 편성”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 당은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취약계층 지원, 인공지능(AI)를 비롯한 산업·통상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1분기 예산 조기 집행 후 추경 검토’ 입장만을 내세웠지만, 이날 연설에서 시기 제한에 대해선 다소 물러난 것이다.
다만 ‘이재명표 정책’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추경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향후 추경 논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예산 조기집행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그 부분이 완화된 것”이라며 “특히 (추경 논의는) 1분기를 지나봐야 한다는 그런 제한이 없어진 게 맞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대비해 ‘대선 공약용 추경’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오는 13일 8차 변론기일을 예정하고 있다. 이후 추가 변론기일 지정이 없을 경우 2주간의 재판관 평의 기간을 고려할 때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선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권 원내대표는 민생추경 편성과 함께 반도체 특별법도 이달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시설 투자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모두 보조금 지원 등에는 의견 일치를 이뤘지만,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큰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 세계에서 반도체 연구인력이 주 52시간 근무에 발목 잡힌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민주당은 고임금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시간의 예외를 주자는 법안을 끈질기게 거부하고 있다. 주 52시간 규제에 집착하는 민주당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뒤떨어진 정치세력”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발의했던 법안을 보면 반시장적, 반기업적 악법이 대다수”라며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들을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분권형 개헌’을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면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경쟁은 사생결단이 된다. 극단적 정쟁이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계속된다”며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국회의원 선거법도 협치와 공존이 가능한 구조로 갈 수 있게끔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심을 왜곡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기해야 한다”며 “승자 독식과 지역 편중의 선거구제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 일정을 합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모두 따로 실시하면 국력은 낭비되고,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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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위기 유발자는 이재명 민주당”
권 원내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대통령 탄핵정국 관련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다만 이러한 국정 혼란은 △민주당이 추진한 29차례의 탄핵 소추 △23차례의 특검법 발의 △38차례의 재의요구권 유도 △‘갑질’ 청문회 강행 △예산안 단독 처리 등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게 비롯됐다며 비판 수위도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며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의 ‘이재명 때리기’는 이 대표에게 반감이 크다고 평가받는 중도·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에 선을 긋고 있지만,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를 향한 반대 여론을 더욱 키우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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