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 이후 주요 유통 업체들의 실적이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명절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 내용은 고용 인원이 많은 유통 대기업들에게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발빠른 대응과 경영 전략을 통해실적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주요 업체들의 전년도 실적 발표에도 반영됐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통상임금 확대의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해 임직원 퇴직금으로 532억 원을 일시에 손실 처리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 감소한 4731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는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 102억 원을 반영하면서 4분기 적자를 기록, 전체 16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 역시 통상임금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4분기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 353억 원을 반영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면세점 희망퇴직 진행으로 발생한 퇴직금까지 더해지면서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롯데와 신세계는 통상임금 확대라는 악재에 더해 소비 심리 위축과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어야 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비해 통상임금 판결의 충격이 덜한 편의점 업계도 고물가, 소비 침체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익성 둔화를 피하지 못했다.
편의점 GS25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1조6551억 원, 영업이익 238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4.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1% 감소한 수치다. 특히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부문 매출이 8조 6661억 원으로 전년대비 5.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46억 원으로 10.9% 감소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수퍼마켓 신규 출점으로 매출이 성장했으나 광고·판촉 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외형 성장에 비해 수익성 둔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이마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마트는 지난해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회계상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본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 구조 개선에 집중하며 실질적인 이익 성장을 이루어냈다.
2024년 연결기준 순매출 29조 209억 원을 기록한 이마트는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40억 원 개선된 471억 원을 달성했다. 통상임금 판결로 인한 퇴직충당부채와 희망퇴직보상금 등 2132억 원의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72억 원 증가한 2603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신선식품 품질 향상, PB 상품 개발, 온라인 채널 강화 등 핵심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한편, 효율적인 프로모션과 광고 전략,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이마트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도 돋보였다. SSG닷컴은 효율적 프로모션과 광고수익 증가, 물류비 절감으로 연간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순이익) 기준 50억 원의 첫 흑자를 달성했으며 SCK컴퍼니는 연간 매출 3조 1001억 원으로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10억 원 증가한 190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도 이마트의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은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시장"이라며 "올해는 통상임금 확대라는 어려운 과제에 더해 소비 침체, 경쟁 심화 등 다양한 도전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각 기업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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