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미국 수출품에 대해 연간 263만톤(t) 규모의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아왔다. 트럼프 정부 1기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에는 일부 무관세 쿼터를 적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쿼터마저 벗겨 내며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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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제가 폐지되면 앞으로 미국 수출길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15년 380만톤에 달했던 대미(對美) 철강 수출 물량은 쿼터제 도입과 함께 238만t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후 쿼터제 내에서만 수출이 이뤄져 왔다.
포스코는 전체 매출에서 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으로 당장 실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도 전체 매출 중 미국 수출 비중이 5% 수준으로 아주 큰 편은 아니다. 다만 수익성 하락은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관세 쿼터 덕분에 그동안 미국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할 수 있었는데, 쿼터 폐지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이 심화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미국의 정책은 사실상 중국산 저가 철강이 미국으로 우회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 경우 중국산 물량이 다른 지역에서 쏟아질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향 물량이 동남아를 비롯한 다른 시장으로 가면 수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미국과 개별 국가 간 추가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25% 관세를 기준으로 정하고 그 후 협상을 통해 관세를 조절하는 식이다. 미국 현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서는 협상안을 들고 오라는 분위기”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긴급회의를 열고 주요 철강업체 관계자들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개별 기업 수준에서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판매 채널을 넓히는 등의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그룹은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특수합금 공장을 짓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미국 내 자동차용 강판 생산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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