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11일 "2030 수요자에게 과도한 지출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세금은 '매출 누락, 사업장 쪼개기, 비용 부풀리기' 등 각종 수법을 동원해 회피한 결혼·출산·유아교육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12개 스·드·메 업체, 24개 산후조리원, 10개 영어유치원 등 모두 46곳이다.
스·드·메 시장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가격 횡포가 만연해 있다. 예비부부들은 계약을 하고도 어디에서 추가금 견적서가 날아들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소비자의 과도한 지출을 유발해 높은 수익을 올린 업체들은 정작 자신들은 차명 계좌나 사업장 쪼개기 등의 수법을 사용해 납세를 회피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처음 계약 시 안내한 기본 계약 내용 외 '추가금'을 여러 차명계좌에 이체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촌형, 배우자, 자녀 등 가족과 지인 명의 계좌로 추가금을 받고 소득신고를 누락해 주식·부동산 등 자산 취득 재원으로 유용했다.
자녀 또는 배우자 명의로 추가 사업체를 설립한 뒤 매출액을 두 업체로 분산해 세금을 탈루하는 수법도 동원했다. 새로 설립한 사업장으로 분산된 매출은 이후 자녀의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사용됐다.
산후조리원은 이용료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산업이다. 일부 산후조리원은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이용료를 책정해 젊은 부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산모 85% 이상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임신과 동시에 '예약 전쟁'에 뛰어들어야 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산후조리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소비자들에게 비정상적인 계약을 유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들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사업자임에도 기본 옵션에 마사지 횟수를 적게 포함시켜 추가 이용을 유도했다. 추가 요금은 전액 현금으로만 내도록 해 신고를 누락했다.
매출 누락과 비용 부풀리기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하고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도 적발됐다. 본인 건물에 산후조리원을 입점시킨 뒤 시세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받아 해외 여행 및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영어유치원은 사교육 진입 연령을 낮추고 부모와 아이들을 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시장 중 하나다.
영유아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대학 등록금을 훨씬 넘는 고액 유치원비 지출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액의 교습비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영어유치원들이 정작 납세 의무는 회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수강료를 제외한 교재비, 방과후 학습비, 재료비 등을 현금으로 받은 뒤 이를 매출에서 누락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빼돌린 소득을 자녀들의 해외 유학 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실체가 없는 교재 판매 업체나 컨설팅 업체를 가족 명의로 설립한 뒤, 위장 업체로부터 교재 등을 매입한 것처럼 허위 비용을 만들어내고 세금을 줄여 신고하는 수법도 동원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등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부조리한 관행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등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는 등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탈루혐의 관련 거래 금융 추적, 이중장부 확인, 거짓 증빙에 대한 문서감정 등을 통해 불투명한 수익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세밀하게 확인하고, 현금영수증 미발급 사례가 확인될 경우 가산세(미발급 금액의 20%)를 철저히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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