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번역 폴란드 좀비소설 '브로츠와프의 쥐들: 카오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친밀한 사이 =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뉴욕타임스(NYT)가 매년 발표하는 '올해 최고의 책 10권'(The 10 best books)에 2021년 이름을 올린 일본계 미국인 소설가 케이티 기타무라(46)의 장편소설이다.
화자는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는 싱가포르로 이주해 가족이 살던 뉴욕에 계속 머물러야 할 이유가 사라지자 국제재판소 계약직 통역사 일자리를 구해 네덜란드 헤이그로 이주한다.
그는 헤이그 생활이 익숙해질 때쯤 아드리안이라는 남성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아드리안은 별거 중인 아내와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겠다며 아내가 있는 포르투갈로 떠난다.
화자는 아드리안의 부탁으로 그가 도시를 떠난 사이 아드리안의 집에서 지내는데, 이 집에서 아드리안 아내의 흔적들을 보며 그들 부부가 얼마나 친밀한 사이인지 느끼게 된다.
이와 별개로 화자는 반인권적인 범죄를 저질러 재판받는 서아프리카 정치인의 통역을 맡게 돼 그와 차츰 가까워진다. 화자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데 혼란스러워한다.
이 소설은 친밀한 관계를 갈망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친밀함이란 무엇인지, 얼마나 가까워야 서로 친밀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인간관계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문학동네. 268쪽.
▲ 브로츠와프의 쥐들: 카오스 = 로베르트 J. 슈미트 지음. 정보라 옮김.
1960년대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에 좀비가 출몰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폴란드 소설가 로베르트 J. 슈미트(63)의 장편 '브로츠와프의 쥐들' 시리즈의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책이다.
브로츠와프에 출혈성 천연두가 크게 유행하자 정부는 이 지역을 봉쇄하는데, 격리병동에서 죽지 않는 시체가 나타나면서 좀비 사태가 시작된다. 이후 간호학교, 군대, 밀주 제조업자의 집, 교회 등 서로 다른 장소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동료들과 함께 좀비들을 진압하려다 혼자 살아남은 경찰 미엘레흐는 좀비들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에서 한 좀비를 향해 총을 쏘는데, 이 좀비가 자기 부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은 냉전 시대 공산주의 독재 체제였던 폴란드 사회상을 반영해 좀비로 뒤덮인 사회를 군인과 경찰들이 통제하려 한다는 설정이다.
번역은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과 이듬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후보에 오르고 '너의 유토피아'로 올해 필립 K. 딕상 후보에 오른 소설가 정보라가 맡았다.
정 작가는 "1960년대 공산주의 폴란드의 엄혹한 모습에서 같은 시기 군사독재 치하 한국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며 "독자로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1960년대 한국이 자꾸 떠올랐고, 국내에 이 작품을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산책방. 768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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