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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안전은 시대정신이자, 헌법적 기본권입니다.”
임무송 대한안전협회 회장은 서울 구로구 대한산업안전협회 회관 회장실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하는 기업인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전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안전을 위해 쓰는 돈은 비용이 아닌 투자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안전은 공짜 아냐…비용 아닌 투자로 접근해야”
임 회장은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가 여전히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변호사처우개선법’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안전관리 감독을 처벌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기업,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적인 ‘형식 요건’을 갖추는데 급급해 실질적인 안전관리는 뒷전이 된 채 로펌에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관리 법규정은 산업안전보건법 1220개 조항, 중대재해처벌법 16개 조항에 달한다.
임 회장은 자율적인 안전관리 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재 처벌 중심인 안전관리 감독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재해는 80% 이상이 중소기업 및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영세 사업장은 생존이 먼저여서 처벌 위주의 감독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규모 사업장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안전 컨설팅을 확대하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안전 경영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류를 잘 갖춰놔야 처벌을 피할 수 있다보니 형식적인 안전관리에 치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영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언론보도, 로펌 등의 공포마케팅도 문제”라며 “ 대기업이 협력사의 안전관리를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중소사업장도 스스로 안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안전전문기관의 컨설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도 안전관리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은 “위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이 근로자이며,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이들도 근로자”라며 “노동조합은 경영진 비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조합원들이 안전수칙 준수하고 안전의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맞춤형 자율 규제 확산..안전관리자 경력관리가 필수”
임 회장은 안전관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로펌을 비롯해 많은 업체들이 새로 뛰어들면서 업체간 가격경쟁이 안전관리 서비스 품질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가 기업 부담을 이유로 관련 비용을 억제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2009년 안전인증·안전검사제도를 도입했다. 제품, 설비, 시스템 또는 작업 환경이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문제는 비용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수료다.
안전인증 수수료는 15년째 동결이다. 안전검사 수수료는 2021년에 15% 인상했지만 여전히 원가 미만이다. 도시지역은 그나마 낫다. 교통이 불편하고 출장거리가 먼 지역에선 재해예방기관의 검사 기피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임 회장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준의 형식 요건을 갖추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재해예방기관들도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안전관리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안전분야 종사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행 법은 일정규모 이상이면 전담 안전관리자를 몇 명 채용하라 이렇게만 돼 있다. 전공이 뭔지, 경력이 얼마나 됐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 아무 상관없다”며 “안전분야 종사자들의 자격과 경력을 보상시스템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은 “현재는 사다리 몇미터, 안전난간 몇미터 이런식으로 세세하게 규정해 놓고 규정을 어기면 처벌하는 식이다. 이런식의 기술적 규제로는 복잡 다양한 현장을 커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안전관리자가 사업장에 가장 적합한 안전관리 방안을 찾도록 하는 ‘자율 규제’ 방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도 경력관리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안전협회는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KISA MBA’ 과정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한 직원에 회계와 재무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까지 갖추도록 하는 게 목표다,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이 가진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들을 이해시키려면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지를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안전협회는 산업현장에서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합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안전분야 종사자분들도 자신들의 일에 긍지를 가질 수 있게 경력 개발과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열심히 할 겁니다.”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1963년생 서강대학교 졸업 ▲1988년 행정고시 32회▲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고용정책실장 ▲서울지방노동위원장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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