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이하 현시지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 한미일 3자 협력을 포함한 다자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군사위협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공동 대응을 시사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1조달러(약 1456조원) 대미투자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방위비 2배 증액 등 선물 보따리를 풀며 트럼프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김정은과 잘 지낼것" 김정은 "핵역량 가속적 강화"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총리와 난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리는 북한과 잘 지냈으며 난 내가 전쟁을 막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난 내가 그들과 잘 지낸다는 게 모두에게 매우 엄청난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는 "북한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날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한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를 원하냐는 질문에 지난 1,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했으니 만약 우리가 북한과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미국과 일본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함께 손잡고 더 노력하기로 동의했다면서 "이 맥락에서 우리는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한국, 필리핀과의 3자 협력을 포함해 유사 입장국으로 구성된 중첩된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강화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측이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 상황을 무력이나 강압으로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허용하지 않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그런 시도를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지칭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이나 군축과 같은 '스몰딜'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미일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완전한 비핵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다음 날인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 각지의 분쟁 배후라며 핵무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의 핵전략 수단들과 실전 수준에서 벌어지는 미국 주도의 쌍무 및 다자적인 핵전쟁 모의 연습들, 미국의 지역 군사 블록 각본에 따라 구축된 미일한 3자 군사 동맹체제와 그를 기축으로 하는 아시아판 나토의 형성은 조선반도(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새로운 격돌 구도를 만드는 근본 요인"이라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지역 정세의 불필요한 긴장 격화를 바라지 않지만, 새 전쟁 발발을 막고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 안전을 담보하려는 지향으로부터 지역의 군사적 균형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트럼프에 1456조 선물 보따리.. 외신 "아부로 트럼프 환심 샀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1조달러(약 1456조원) 대미투자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방위비 2배 증액 등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
그는 "내가 대단히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해 일미 관계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시바의 선물에 트럼프도 화답했다.
그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허하고 자신도 반대한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기업들이 새로운 합의를 했다면서 자신이 일본제철 측을 만나 협상을 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본의 통큰 투자에 대해 일본이 최대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허로 인수가 무산된 미국 철강업체 US스틸에 인수 대신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지분 확보 등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만큼 이뤄지느냐에 따라 일본과 미국이 서로 '윈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이시바 총리가 '아부의 기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증액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국이 요구해서 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해 립서비스를 한 것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시바 총리는 최선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고 아부를 통해 웃음을 유발했다"면서 "그는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세 관련 질문을 철저히 차단했다"고 전했다.
WP는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에게 아첨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겠다고 맹세했고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미국 수출품의 열렬한 고객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시바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발언 기회를 가졌지만 저항보다는 아부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日 언론 "죽은 아베가 회담에 기여".. 금색 사무라이 투구 선물도 눈길
일본에서는 '죽은 아베가 회담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트럼프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40분 동안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5번 언급했다며 아베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트럼프와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회견 당시 아베의 사망을 언급하면서 "신조는 위대한 친구였다"며 "그렇게 슬펐던 적이 없다"고 애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골프광인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가격이 70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하는 금장 혼마 골프채를 선물해 환심을 샀다. 취임 이후에는 트럼프와 함께 일본과 미국에서 5차례 골프 회동을 가지면서 서로를 '도널드', '신조'라고 편하게 부를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다졌다.
이시바 총리도 이번에 백금으로 도금된 금색 사무라이 투구(兜·가부토)를 트럼프에게 선물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1월 이시바 총리의 고향 공예점에 금색 사무라이 투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했고, 10명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린이 손주들을 위해 장식용이 아닌 실제 착용 가능한 투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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