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스키 김하나, 도핑검사 후 제때 경기시작 못 해…골절부상까지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산악스키 여자 스프린트 경기에서 조직위원회 측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김하나(24) 선수가 제때 출발하지 못 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5일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공식 마스코트인 ‘빈빈’과 ‘니니’가 헤이룽장성 야부리 스키리조트 내 기념품 상점에 드러나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천천히 하라”던 심판, 돌연 스타트 신호 보내

10일 대한체육회와 대한산악스키협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헤이룽장성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산악스키 여자 스프린트 예선 경기 이후 김 선수는 도핑 테스트를 받게 됐다.

그러나 김 선수가 도핑 테스트 검사 장소로 이동한 뒤 준결승 출전이 확정됐고 그는 경기 참가를 위해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김 선수 측은 준결승 시작 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경기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이 과정에서 도핑방지위원회와 현장 스태프 간 이야기가 몇 차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선수가 출발선에 도착한 시각은 경기 시작 1~2분 전이었으며 그는 장비를 체결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결국 김 선수가 제대로 스타트라인에 섰을 때는 이미 5명의 선수가 경기를 시작한 뒤였다.

해당 경기 국제심판은 김 선수가 장비를 체결하기 시작하자 “천천히 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가 돌연 스타트 신호를 보냈다고 대한체육회 측은 설명했다.

뒤늦게 출발한 김 선수는 준결승 경기 도중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 말았다. 이에 따라 그는 오는 12일 열리는 산악스키 혼성 계주 또한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날 진행된 여자 스프린트 경기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1~3위에 입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악스키협회·체육회, 공식 이의제기 방침

이에 대해 대한산악스키협회는 하얼빈에 있는 선수단 등과 소통하며 상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국제산악스키연맹(ISMF)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향후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보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뒤 김 선수에 대한 치료 및 귀국 계획, 이의제기 사항을 정리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전화에서 “도핑 테스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검사 이후 선수가 다음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경기장까지 가는 시간 등을 다 고려해 조직위 측에서 움직였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조직위가 후속 경기에 따른 선수 이송 등 과정에서 미흡하게 대처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선수가 11일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항공편을 마련하고 동행하는 지원 인력을 확정하는 등 계획을 수립했다”며 “대한체육회 및 선수단 차원에서도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와 조직위원회 단장 회의 때 강력하게 문제 및 이의를 제기하고 서한 발송 또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예선전과 준결승전 등과 같이 경기 사이에 도핑 테스트가 이뤄지는 것은 규정 위반은 아니다.

세계도핑방지규약(WADC)에 따르면 모든 선수는 언제 어디서든 도핑 테스트를 요구받을 수 있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같은 조직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경기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도핑 테스트를 시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