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상 기후로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0일 통계청 '2025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로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 폭을 키우며 다시 2%대로 들어섰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2%까지 내려갔으나 11월 1.6%, 12월 2.2%, 1월 2.5%로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항목으로 구성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체감물가를 잘 반영한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치(2%)에 근접한 2.2%였지만 국민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연초부터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이상 기후로 일부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단가까지 높아지자 더 이상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식재료의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는 지난 7일 t(톤)당 8914달러(약 1295만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일주일 만에 7%, 한 달 전보다 26% 각각 상승했다. 초콜릿 재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12월 18일 t당 1만2565달러(약 1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만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50원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영향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달 24일부터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으며 할리스도 같은 날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폴바셋은 지난달 23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조정했다. 컴포즈커피는 오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300원씩 인상할 예정이다.
SPC 파리바게뜨는 이날부터 빵 96종과 케이크 25종 가격을 평균 5.9% 인상한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코 빼빼로를 200원 올리는 등 26종 가격을 평균 9.5% 올린다. 빙그레는 다음 달 아이스크림과 커피, 음료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할 계획이다.
버거킹은 지난달 24일 대표 메뉴인 와퍼를 포함해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지난 3일 샐러드바 성인 이용료를 1800원 올렸다.
대형마트에서는 이미 농·축·수산물 수입 단가가 10∼15% 올라 해당 물량이 유통되는 오는 5∼6월 밥상 물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미국·호주산 소고기는 환율 상승에 따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현지 도축 물량 감소로 공급까지 줄어들면서 가격 인상 압박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국 불안 속에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연초부터 급격한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국내 소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 속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해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제품들 대부분이 이상 기후로 인한 원재료 가격 불안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아직 명확한 방안이 보이지 않아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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