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출신 소년 타레크(10)와 수단 출신 소녀 사파(14)는 서로 약 200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지만 전쟁으로 인해 교육 기회를 빼앗긴 가혹한 현실만은 비슷하다.
가자 지구에서 만난 타레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다니던 학교 건물이 폐허가 된 모습을 보며 깊은 슬픔에 압도당했다. 학교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배움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학교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집에서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파의 경우 심장 외과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전 내전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여전하다.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는 모습에 마음이 크게 동요했고, 이에 생명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람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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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아동기구인 '유니세프'에 따르면 타레크와 사파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동 3000만 명 중 하나다. 이중 절반 이상인 1650만 명이 수단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BBC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인 'Dars(수업)'의 아랍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살림 오웨이스 유니세프 대변인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자 지구에서는 60만 명이 넘는 학령기 아동 전부가 교육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쟁, 불안, 위기가 어린이들의 교육과 학습에 실질적인 해를 끼치는 패턴이 목격된다"고 덧붙였다.
수단에서는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사이에 내전이 발발한 지 거의 2년이 지난 지금, 아동 수백만 명이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지 이니셔티브를 통해서만 교육이 가능하다.
수단의 아흐메드 칼리파 교육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규모가 얼마나 심각한지 강조했다.
칼리파 장관은 "예외인 지역은 없다"면서 "수단 전역에 공립학교가 약 1만5000개 정도 된다. 그중 60~70%가 완전히 폐허가 되어 건물이나 인프라, 소장 도서 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안전했던 주에서도 민병대의 조직적인 파괴로 인해 학교들이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Dars 프로그램은 지난 2023년 중등학교 진학이 금지된 여학생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위해 처음 시작되었으며, UN은 이에 대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동들의 "학습 생명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Dars 아랍어 서비스는 11~16세 사이 아동을 위해 수학, 기술, 기후, 정신 건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수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전쟁, 분쟁 등의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의지를 잃지 않는 타레크, 사파 같은 아동들의 사연도 다룬다.
Dars 아랍어 프로그램 첫 화는 지난 9일 BBC 뉴스 아랍어 TV를 통해 방영되었으며, 매주 일요일 오전 5시 30분(GMT) 새로운 방송분이 공개될 예정이다. 당일 오전 10시 5시(GMT)를 시작으로 일주일 내내 재방송된다.
가자 지구와 시리아의 라디오 서비스뿐만 아니라 BBC 아랍어 서비스의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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