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매출이 코로나 시기 불거진 불매운동 이후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 본사로 지급되는 배당금 규모 역시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당시 위안부 조롱 논란으로 야기됐던 불매운동에 유니클로는 이례적으로 기부금을 대폭 늘렸다. 다만 이후 배당금 규모 역시 전례 없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문을 낳는다.
생각보다 불매운동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지만 이와 관련 해명이 필요한 당사자는 유니클로다. 불매운동 불씨가 꺼지자마자 고배당을 시행해 온 행보에 대해서다.
일본으로 유출되는 배당금
유니클로의 매출이 매년 상승하는 데 비례해 배당금 대부분은 일본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니클로의 최대주주는 일본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51%)이며 2대주주는 국내 소재의 롯데쇼핑(49%)이다. 유니클로의 배당금은 모기업은 물론 롯데쇼핑을 통해 사실상 일본롯데로도 돌아간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적자에 돌입했던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크게 회복했다. 유니클로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액 추이는 5824억원, 7043억원, 9219억원으로 매 해마다 평균 25% 이상 올랐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602억원으로 2021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했다.
유니클로는 같은 시기 배당금 기준을 높여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일본으로 유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유니클로는 적자로 인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이듬해부터 이를 자체적으로 보상하듯 고배당 책정을 시작했다. 유니클로는 2022년 1400억원을 배당했으며 이후 2023년, 2024년은 배당금을 더 올려 1800억원을 지급했다.
불매운동 시작 전 유니클로는 1조원대 매출을 유지했어도 14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한 일례가 없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유니클로의 매출액 추이는 1조1169억원, 1조1822억원, 1조2377억원, 1조3732억원, 1조3781억원이며 같은 기간 배당금은 268억원, 398억원, 674억원, 947억원, 1210억원이다.
기부금으로 불매 방어 후…배당금 통해 회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지난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을 직접적으로 야기한 요인은 그해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이다. 해당 광고에서 98세 패션 컬렉션 할머니가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일제 강점 시기를 언급해 논란이 커지자 유니클로는 송출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불매운동 확대와 맞물려 유니클로는 기부금 액수를 40억원 이상으로 늘렸으나 이는 그해에만 그쳤다. 이례적인 기부금 수준이 효과가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지난 2020년 고전했던 실적이 이듬해 회복되면서 유니클로는 기부금을 다시 2배 이상 줄였다.
기업이 기부금을 내는 건 자유이며 사회환원 의미가 담긴 만큼 이를 부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다만 기부금 납부 자체가 회사 재무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부를 통해 불매운동을 잠재운 유니클로는 손해를 본 게 일체 없는 셈이다. 법인이 기부금을 내면 비용으로 처리돼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게 된다.
더욱이 매출 회복과 함께 고배당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꾸면서 일시적으로 치솟은 기부금을 유니클로는 사실상 모두 회수하고도 남았다. 나아가 이미 고배당을 책정 중인데도 배당금을 더 올렸다.
고배당이 시작된 2022년 유니클로의 당기순이익은 891억원으로 이보다 36% 가량 웃도는 14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후 2023년과 지난해 유니클로의 당기순익은 각각 1272억원, 1320억원으로 올랐으며 이보다 평균 39% 가량 웃도는 1800억원의 배당을 단행했다.
“이사회가 결정하니 말씀드리기 어려워”
현재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든 상태다. 이와 관련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은 “역시 한국인들의 냄비 근성은 없어지지 않는다”, “부탁인데 계속 No.Japan 해주세요”, “왜 마음대로 불매운동 끝냈나요?”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다.
앞서 유니클로의 한 본사 임원은 불매운동 당시 ‘한국의 불매운동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사실상 유니클로 임원이 예견한 대로 이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도 불매운동이 빠르게 잠잠해진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유니클로가 불매운동 이후 계속된 고배당 행보 지적에 대해 해명에 나선 적이 없다는 점이다. 기부한 금액 이상으로 배당금을 두둑이 챙겨가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유니클로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사실상 잠잠해진 이후 기부금은 줄이고 배당금을 늘렸다는 지적에 관한 더리브스 질의에 “(배당금 지급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5년 전에는) 팬데믹으로 일시적 측정 기준이 달랐다”면서도 “불매운동 기간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사회환원 활동도 하고 있고 기부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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