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국경제는 내수침체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성장을 짓누르는 압력이 커질 대로 커졌다. 계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며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넘어섰고 작년 한 해 소비(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대비 2.2% 줄어 21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이에 더해 미국 신정부 정책변화와 딥시크(Deep seek) 쇼크도 한국경제를 옥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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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예산분석처가 분석한 역대 추경 편성 사례를 보면 정부안 제출 이후 국회 문턱을 넘는데 최대 99일(2019년 추경)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가 당장 편성안을 제출해도 국회 본회의 처리 후 실제 예산 집행은 자칫 하반기까지 늘어질 수 있는 셈이다.
여야는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개혁’ 등을 추경과 맞물려 처리하려는 셈법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0일 예정됐던 여야정 국정협의회도 무기한 연기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추경 목적과 항목별 예산 등에 합의해야 이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에서 구체적인 추경 편성안 마련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추경 편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계엄사태 이후 벌써 두 달이 흘렸다. 음식·숙박·예술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고 내수가 안 좋은 상황인데 추경 편성이 늦어지면 그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며 “당장에라도 추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추경을 편성해도 집행은 하반기나 돼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추경 규모와 용처로는 내수 진작뿐만 아니라 국회 내 논의 과정을 반영하지 못한 삭감 예산안(4조 1000억원) 회복과 올해 세수 결손분(추정치 3조 9000억원), 그리고 중국발 딥시크 충격에 따른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재정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산 삭감분과 세입경정만해도 8조 원 규모인 만큼 민생 예산에 더해 미래산업 육성 지원까지 감안하면 최대 50조 원(김동연 경기도지사)까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한은은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0.2%p(포인트)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15~2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상봉 교수는 “세출증액, 세입경정을 포함해 최소 10조 이상이며 40조원 정도 해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보다 추경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트럼프발 정책변화와 딥시크 충격 그리고 내수부진까지 챙기려면 수십조 원이 필요하다”며 “다만 재정건전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여야정이 빨리 논의에 나서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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