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은행은 여전히 봄 농구를 향한 꿈을 놓지 않았다. 이런 꿈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 김정은(39)이 있기에 꿀 수 있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PO)에 나섰고,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히던 진안(29)과 내부 FA 양인영(30), 김시온(30), 김단아(28)와 모두 계약하며 3시즌 연속 봄 농구를 꿈꿨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따른 이탈로 제대로 된 라인업을 꾸릴 수 없었고, 그러던 사이 성적은 어느새 최하위(8승 18패)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속속 복귀하자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탔다. 앞서 2일 용인 삼성생명 원정서 52-47 승리를 거두며 7연패를 끊어냈고, 5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서 청주 KB를 66-60으로 꺾으면서 시즌 2번째 2연승을 달렸다. 7일 홈에서 삼성생명을 연장 혈투 끝에 63-60으로 제압하면서 올 시즌 첫 3연승을 달렸다. 하나은행은 정규리그 종료를 4경기 남겨둔 시점에서 PO 마지노선인 4위(10승 16패) 인천 신한은행을 2경기까지 쫓았다.
하나은행의 정규 리그 막판 상승세엔 김정은의 활약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올 시즌 23경기에 출전해 평균 득점 9.83점(14위), 2점슛 성공률 46%(8위), 리바운드 7.22개(9위), 블록슛 0.74개(6위) 등으로 젊은 선수들에 밀리지 않고 있다.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가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김정은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2일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인 8141득점을 새롭게 썼고, 7일 삼성생명과 경기서는 20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해 팀의 봄 농구 희망을 이어줬다.
하지만 김정은은 만족하기보단 팀의 문제점을 먼저 짚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참 쉽지 않다. 사실 5라운드 인천 신한은행과 맞대결에서 패배하면서 맥이 빠졌고, 선수들도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면서 “4~5라운드 팀의 평균 득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40점 대로 기억한다. 냉정하게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물러나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제가 1옵션을 맡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좋지 않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올 시즌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김정은은 프로 선수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는 “후배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고참은 팀의 거울이다. 저라도 처절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았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이겠다. 후배들이 프로 선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느꼈으면 좋겠다. 남은 힘을 쥐어짜서 한 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도완(54) 하나은행 감독 역시 김정은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그는 “편하게 농구를 마감할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하나은행을 다시 한번 살려보기 위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다. 하나은행 구단에 잊히지 않아야 할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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