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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업은 괴롭힘을 방치하거나 ‘우리 회사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만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더 이상 묻히지 않으며, 밝혀지면 그 여파는 더 오래가게 된다.
몇 해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OO기업 괴롭힘 사건”라는 글이 올라오며 큰 파장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피해 직원의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고 기업은 즉시 해명 자료를 냈지만, 고객들은 등을 돌렸고 기업 이미지도 하락했다. 이 사건 이후 기업은 신규 채용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더 나아가 기존 직원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등 조직 전체가 흔들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감독은 물론, 언론의 관심과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며 수개월간 회사는 혼란을 겪게 됐다. 이제 괴롭힘은 내부에서 숨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걸 증명한 사례다. 한 번 공개되면 그 여파는 장기적이며,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의 큰 리스크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괴롭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우리 조직은 이런 문제가 없을 거야’라는 안일함에 있다. 그러나 괴롭힘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생한다. 특히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불명확한 내부 규정이나 절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소극적인 회사의 대처 등과 같은 특성을 가진 조직이라면 괴롭힘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다.
무엇보다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성’에 대한 기대가 높고, 조직 내 권위적인 문화를 굳이 견딜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문제가 발생하면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하며, 과거처럼 ‘조용히 넘어가자’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법과 제도는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기업과 경영진의 책임은 확대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닌 조직 전체의 문제로 보고, 기업이 이를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올해는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변화시키는 해가 돼야 한다. 이제는 기업이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시간이다.
■강서영 변호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방문학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현)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현)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현)법무법인 원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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