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버가 동료 여성 유튜버를 인터넷 방송에서 성적으로 모욕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사건이 항소심에서 더욱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으며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명령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명령은 그대로 유지됐다.
A씨는 2023년 6월 11일, 경기도 부천의 한 노래방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던 중 동료 유튜버 B씨를 향해 "술만 마시면 이 사람, 저 사람과 성관계를 하고 다닌다"며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해당 발언 이후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받았고,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녀의 마지막 순간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어 더욱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B씨는 귀가한 후 자신의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신세를 한탄했고, 이후 유서를 작성했다.
그녀는 유서에서 두 딸에게 "엄마는 너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다"며 "부끄러운 엄마여서 미안하다"고 적었으며, 전 남편에게는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B씨는 방송 중 돌연 화장실로 향한 후 "내가 죽나 안 죽나 봐"라는 말을 남긴 채 화면에서 사라졌고, 이를 본 시청자들의 신고로 119 구조대가 출동했다.
긴급 구조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A씨는 또 다른 혐의로 2022년 4월 23일부터 약 4개월 동안 15세 미성년자인 C양과 34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2020년 12월부터 C양이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약 2년 동안 인천, 부천, 안산 등지에서 동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A씨는 "피해자의 나이를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C양이 A씨에게 나이를 속이고 교제를 시작한 점, 그리고 C양 본인이 선처를 탄원한 점을 고려해 양형에 반영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은 자신의 사생활을 해명하는 것과는 무관하며, 시청자들에게 피해자의 사생활을 노출하여 망신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정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만을 하며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B씨의 유서 내용을 보면 피고인의 범행이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끼쳤음을 부정할 수 없다"며 "동일한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 방송과 SNS에서의 발언이 타인의 생명에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영향을 다시금 환기시키며, 온라인 명예훼손과 사이버 폭력의 문제를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유튜버와 같은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이 무분별한 발언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유사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고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사회적 기준과 비교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불거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미성년자의제강간은 엄중히 다뤄야 할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했다고 해서 형량이 낮아지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은 향후 유사한 명예훼손 및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 방송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크리에이터들의 발언과 행동이 가져올 법적,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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