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저가형 인공지능(AI) 딥시크 등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동맹 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동맹 구축을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로 글로벌 AI 시장의 선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글로벌 AI 동맹 세력으로는 △메타와 IBM이 주도하고 있는 AI 얼라이언스 △마이크로소프트의 AI-RAN 얼라이언스 △중국 정부로부터 탄탄한 지원을 받는 중국 AI 기업들 △유럽 국가 기업들이 뭉친 EU AI 연합 △오픈AI가 구축하려는 한·미·일 AI 동맹 등이 있다.
오픈AI 독주에 '오월동주' 택한 美 빅테크 기업들, 오픈 AI는 한국·일본에서 우군 모색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해 AI 시대의 포문을 열고 이후 글로벌 AI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미국의 오픈AI는 최근 동맹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독자 행보만을 일삼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지난 4일에는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직접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기업 수장을 만나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 올트먼 CEO는 카카오 정선아 대표를 만나 전략적 제휴랄 체결했다.
또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자리에선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회동 후 "스타게이트 참여를 주제로 좋은 논의를 했고 앞으로도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I, 오라클, MGX(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이 2029년까지 최대 5000억 달러(약 724조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생성 AI 산업 발전과 범용인공지능(AGI)의 마중물이 될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짓는 AI 인프라 공동 구축 사업이다.
오픈AI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맹을 찾는 배경에는 자국인 미국에서 동맹을 맺을만한 마땅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AI 후발주자인 미국 빅테크들은 선도기업인 오픈AI 독주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동맹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대표적인 미국 AI 동맹으로는 메타와 IBM이 이끌고 있는 'AI 얼라이언스'가 있다. AI 얼라이언스는 소수 기업이 AI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 중심의 연합체 성격을 띄고 있다.
해당 동맹은 주요 멤버는 △인텔 △셀레브레스 △레드 햇 △뉴욕대학교 △예일대학교 △델 테크놀로지스 △리눅스 △우버 등 100여곳이 넘는다. 멤버 구성 역시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육기관, 비영리단체, 스타트업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들 동맹이 강조하는 것은 '오픈소스'다. 문자 그대로 AI 코드로 공개해 독점을 막고 최대한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AI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오픈AI의 경우 AI 원본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클로즈드 소스'를 지향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AI 동맹으로는 'AI-RAN 얼라이언스'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동맹을 주도하고 있으며 대표적 멤버로는 △아마존 웹서비스 △T모바일 △엔비디아 △LG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이 있다. 'AI-RAN 얼라이언스'는 AI와 무선통신 기술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신기술을 토대로 인프라 구축 및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 실용적 AI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AI-RAN 얼라이언스'는 'AI 얼라이언스'와 마찬가지로 오픈AI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막겠다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목적은 판이하게 다르다. 'AI-RAN 얼라이언스'는 AI기술 개방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신사별 독자적 기술력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클로즈드 소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두 동맹에 중복으로 속해 있는 멤버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차후 두 동맹 간에도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동맹 구축에 국가가 직접 나선 유럽·중국,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의 깊어지는 고민
AI 동맹은 미국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딥시크'로 글로벌 AI 시장에 큰 충격을 선사한 중국 AI 기업들은 국가 주도의 동맹 형성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 내 AI 관련 기업으로는 △딥시크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HIKVISION △iFlytec △Megvii △캠브리콘 △센스타임 △화웨이 △상하이 티안수 지신 반도체(이하 STZS)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각자 자신 있는 분야에서 AI 기술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례로 기업 규모가 큰 텐센트, 화웨이 등은 AI를 활용한 각종 서비스를 기획·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캠브리콘, 사인센스 등은 클라우드 데이터 서버를 구축·관리 분야에, STZS, 바이렌테크놀로지 등은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칩 공급 분야에 각각 특화돼 있다. 음성인식, 이미지, 비디오감시 등 특정 기능에 특화된 A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경쟁 대신 특정 분야에만 주력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와이어 차이나'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 아래 하나로 묶여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 또한 대다수의 중국 AI관련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등 28개 기업을 '거래금지 대상'으로 설정한 것도 AI 관련 기술 유출을 염두한 조치라는 해석도 일부 존재한다.
유럽 내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AI 동맹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은 'OpenEuroLLM'이라는 차세대 오픈소스 AI 개발을 위해 유럽 각국의 AI 기업들을 불러 모았다. 유럽연합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2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글로벌 AI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 위원회는 해당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5200만유로(한화 약 800억원)를 투입했다.
유럽연합 프로젝트 참여 기업 중에는 △독일 AI를 선도하고 있는 알레프 알파(Aleph Alpha) △글로벌 최고 사양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핀란드 IT 센터 CSC △유럽 최초의 상장 AI기업 프랑이 라이트온(LighOn) 등도 포함돼 있다. 모두 AI 관련 분야에서 유럽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기업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AI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동맹을 선택해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국내 AI 기업들은 글로벌 연합과 규모적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국내 AI 인재 유출과 미온적인 정부 지원 등을 생각하면 그 격차는 더욱 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국내 기업들이 지닌 기술력을 내세워 제대로 된 우군을 얻게 된다면 미래 글로벌 AI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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