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으로 국내 정치적 혼란이 끝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시키고 있다. 업계는 입을 모아 원재료 및 환율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물가 감시·감독 기능이 약해진 틈을 탄 인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특히 식품 물가지수가 2.7%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생활물가지수는 가계에서 소비하는 주요 물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로 생활용품을 파는 기업들이 얼마나 가격을 인상했는지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실제로 기업들은 계엄령 사태를 기점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7일 빙그레는 다음 달부터 커피, 과채음료 및 아이스크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아카페라 사이즈업 350ml의 소비자가가 2400원에서 2600원으로, 따옴 235ml는 2400원에서 27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또 아이스크림 제품 중에는 더위사냥 등이 800원에서 1천원으로, 슈퍼콘, 붕어싸만코 등이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른다. 자회사인 해태아이스 또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같은 날 SPC그룹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도 제품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9% 인상한다. 가격 인상 품목은 빵 96종과 케이크 25종 등이다.
6일에는 롯데웰푸드가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 빼빼로 등 26종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초코 빼빼로 등 17종 제품을 평균 12% 인상한 데 이어 8개월 만이다.
대상 또한 지난달 16일 소스류 제품 가격을 평균 19.1%나 올렸다. 프레시마요네즈(300g)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3100원에서 3380원으로 9.0% 인상됐다. 순후추(50g)는 3680원에서 4380원으로 19.0% 비싸졌고, 드레싱류 가격도 평균 23.4% 올랐다. 대상이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외식업체들은 이미 지난달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으며, 폴바셋도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버거킹 등도 지난달 기습 가격을 올렸다.
가격을 인상한 식품업체들은 입을 모아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코코아와 커피, 과채 농축액 등 원재료 가격뿐만 아니라 인건비, 환율 등이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수입에 원료를 기대고 있는 식품업계 특성상 원료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가격인상이 계엄령 종료를 기점으로 이루어진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물가 관리 부재를 틈타 가격을 인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소비자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 금지를 압박해왔다. 일례로 이번에 가격을 인상시킨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4월 가격 인상 계획을 미룬 바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듬해인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물가 잡기에 돌입, 기업의 판매 가격 옥죄기에 열을 올렸다. 일명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이 2012년 이명박 정부 이후 11년 만에 부활했을 정도로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은 매우 엄격했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부총리를 통해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판매가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직접적으로 업체들이게 가격 인하 주문을 넣은 바 있다. 그리고 언급한 이후 주요 라면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등 물가 관리 압박이 이뤄졌다. 그러다 현재는 계엄령과 탄핵 국면 등으로 물가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거에도 정부 부재를 틈타 식품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시킨 역사가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때다. 당시 탄핵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식품기업들은 연말연시 일제히 가격 인상을 실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7년 1분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식료품 및 비주류 품목'의 상승률이 평균의 2배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리 부재를 가격 인상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업체들이 이야기하는 원료값과 환율도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수차례 가격을 올려왔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도 가격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규제 수단이 있지만 지금은 제재가 약해지면서 업체들이 비교적 부담 없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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