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쌀가격에…日 비축미 결국 푼다

2024년 8월 27일, 도쿄 고토구 모리시타 인근의 한 슈퍼마켓에서 쌀 매대에 쌀이 거의 다 팔려있으며, 한 가정당 1봉지만 구매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쌀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일본 정부가 결국 비축미를 풀기로 했다. 쌀 가격을 이유로 비축미를 푸는 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흉작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나 지진이라는 긴급상황에서만 비축미 방출이 이뤄졌다.

에토 타쿠 농림수산상은 7일 각의 후 기자희견에서 “여기까지 왔으면 비축미 방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출 규모와 입찰 개요에 대해서는 “이르면 14일 고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방출한 쌀을 JA 등이 구입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23년 기후변화에 따른 흉작과 쌀 수요 예측 실패, 물가상승으로 쌀가격이 고공행진했다. 일본 정부는 2024년 생산량이 평년수준으로 돌아오면서 쌀가격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총무성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쌀류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70.7% 상승해 통계 작성월인 197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가 집계하는 도매 거래 가격에 따르면 일본 최대 쌀 생산지인 니가타 고시히카리는 지난해 말부터 1월 중순까지 30% 올랐으며 이후에도 1월 중순보다 3% 올라 1월 31일 4만 8500엔(60kg)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쌀 가격 상승을 기대한 일부 사업자가 재고를 쌓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24년 쌀 생산량은 679만톤(t)으로 전년대비 18만t(3%) 증가했지만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우리나라의 농협 격)를 포함한 대기업 집하업자가 농가로부터 매입한 2024년산 쌀은 2024년 12월 말 시점에서 전년동월 대비 20.6만t 줄었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비축미를 방출할 경우, 쌀 가격이 하락해 농가 소득이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출을 꺼려왔다. 현재 비축미 운용지침이 재난, 대흉작 등 긴급 시에만 비축미를 풀고 있다는 것 역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던 이유였다. 그러나 2024년산 쌀이 나왔지만 여전히 쌀을 확보할 수 없다는 민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본정부는 지난 1월 운용지침을 개정해 ‘주식용 쌀의 원활한 유통에 지장이 생겨, 농상(농림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비축미를 풀 수 있도록 했다.

닛케이는 정부가 쌀을 방출한다고 해도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04년 쌀 생산량 전체에서 차지하는 JA의 비율은 45%였지만 2022년은 39%로 축소됐다. 반면 농가가 도매와 외식에 직판하는 비율은 26%에서 32%로 늘었다. 이처럼 이전과 같은 중앙통제적인 유통이 아닌 상황에서 정부가 JA에 대해 비축미를 방출한다고 하더라도 가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쌀 가격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쌀 정책으로서는 이같은 일이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2018년 감반정책을 폐지하며 쌀 생산수량 목표를 정부가 제시하는 것을 중단했지만, 현재도 국내 수요 전망에 근거해 주식식용 쌀 생산량 기준을 제시했다. 또 밀이나 대두, 사료용 쌀로 전작한 경우에는 보조금을 주는 등 사실상 쌀 생산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