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가 아닌데”···한전·한수원, 공사비 갈등 근본 원인은?

UAE 바라카 원전 3호기 전경. [사진=한국전력]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추가 공사비 정산을 두고 대립하는 상황이다. 모처럼 맞은 원전 중흥기에 ‘팀 코리아’ 분열로 향후 해외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에 있는 한전과 한수원은 지난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추가 공사 비용 정산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공사를 진행한 한수원 측은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은 거부하고 있다. 

총 4기를 건설할 예정이었던 바라카 원전은 이후 건설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을 시작했지만, 문제는 공사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불거졌다. 한전이 최근 선임한 법률대리인에게 제시한 예상 자문료의 규모를 추산하면, 한수원 측이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 규모는 최소 1조원이 넘는다.

한전은 당장 그룹사끼리 추가 비용 정산 문제로 다툴 것이 아니라 발주처인 UAE원자력공사(ENEC)와 대금 협상을 먼저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발주처 사유로 공사가 지연돼 공사 금액이 늘어난 부분도 일부 있는 만큼 우리끼리 분쟁을 하기보다 힘을 합쳐서 발주처랑 먼저 추가 공사비 정산 협의를 진행하는 방향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공사비의 액수 규모도 양사 대립의 쟁점 가운데 하나다. 한수원이 계산한 추가 공사 비용 금액과 한전이 생각하는 금액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 측이 주장하는 추가 공사비 액수에 대해 한전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금액 규모는 계약 관련한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두 기관 사이에 공사비 분쟁이 국제 중재 국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근 양사 대표가 직접 만나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면서 한수원이 추가 공사비 정산을 요청하던 기한이 연장됐다. 서로 불필요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기간을 연장하자는데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표 회동을 통해 협의 기간이 연장되면서 국제 중재 절차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며 향후 시간을 갖고 실무진 간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협상 회동과 기간은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사간 분쟁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이 당장 3월인 상황에서 ‘팀 코리아’ 신인도를 깎아내려 자칫 해당 계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부흥기에 향후 원전 수주를 위해서라도 두 기관이 공사비로 다투기 보다는 목소리를 모아 발주처와의 대금 정산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양기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국가 원전 수출 창구가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과 한수원이 각자 원전 수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중복 투자와 경쟁이 발생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향후 정부가 같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창구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