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남해] 김희준 기자= “내가 인천 선수라서 자랑스러운 것처럼, 팬들도 내가 인천 선수인 걸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인천의 전설이 돼가는 무고사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인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명언집을 집필했다.
무고사는 지난 시즌 기쁨과 슬픔을 모두 맛봤다. K리그1에서 15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인천은 시즌 내내 굴곡진 시간을 보낸 끝에 강등됐다. 강등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다. 독일 2부리그에 있던 시절 두 번이나 강등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임대생 신분이었고 나이도 어렸다. 하지만 인천은 무고사가 인생을 쏟은 팀이었다.
2부리그로 향하는 무고사를 향해 여러 클럽이 구애했다. K리그1에서 매 시즌 증명한 골잡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고사는 인천에 남았다. 기꺼이 2부리그로 내려가 인천과 함께 다시 비상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6일 남해 전지훈련에서 만난 무고사는 인천 잔류가 쉬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강등이 확정된 대전하나시티즌과 경기 후, 인천 팬들이 우리에게 보내준 사랑과 응원은 엄청났다. K리그1으로 인천을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인천은 K리그1에 있어야 하고, K리그1은 인천이 있어야 한다”라며 “인천을 사랑하기 때문에 남았다. 인천 팬들도 나를 사랑한다. 잔류는 쉬운 선택이었다. 몇몇 클럽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 심장은 인천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무고사와 함께 올라가기 위해 인천은 칼을 갈았다. 지난 시즌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윤정환 감독으로 데려왔다. 무고사, 제르소와 삼각편대를 이룰 외인으로 전북현대에서 뛰었던 바로우를 낙점했다. 강등을 당했음에도 지출 규모를 크게 줄이지 않아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지켜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무고사도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다. 윤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은 매우 좋은 분이다. 나는 물론 모든 선수와 훌륭한 관계를 쌓았다. 분위기가 아주 좋다. 감독님은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최고의 감독이었고, 지금은 왜 감독님이 K리그 최고의 감독인지 안다.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말하는 방식과 전술을 구성하는 능력이 훌륭하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바로우에 대해서는 “바로우가 좋은 선수인 건 알고 있다. 전북현대 소속으로 K리그를 뛰었다. 바로우가 골과 어시스트로 우리를 많이 도울 것”이라며 “바로우와 제르소가 있다면 경기를 뛰기 쉬워진다. 수비수들이 나뿐 아니라 제르소와 바로우도 신경써야 한다. 그러면 내게 더 많은 공간이 주어진다. 바로우가 인천에 와 행복하다”라고 흡족해했다.
한때 인천에서 함께했던 조성환 감독과 재회에는 가차없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을 위해 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더 이상 인천 사람이 아니다. 맞서 싸워 이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무고사는 인천의 승격에 진심이다.
이제 인천과 무고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잠시 헤어졌지만 다시 만난 뒤에는 더욱 끈끈해졌다. 무고사가 좋아하는 시계줄은 파랑검정이고,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 골키퍼로 뛴 뒤에는 그의 이름이 마킹된 골키퍼 유니폼이 상당수 팔렸다. 최근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인천에서 선수 경력을 마감할 때까지 뛰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2018년부터 인천과 함께한 무고사는 “인천에서 8년째 뛰고 있다. 아주 긴 시간 몸담으며 전설이 됐고,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됐고, 많은 기록들을 세웠다. 여기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낀다. 인천은 특별한 곳이다. 몇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몸만 괜찮다면 쭉 인천에서 뛰고 싶고, 인천에서 은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무언가가 있던 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추억들을 쌓았고, 사람들도 나를 정말 사랑해줬다. 여기서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두가 나를 한국 사람처럼 대한다”라며 인천 팬들의 품어주고 사랑해줬기에 자신도 인천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무고사 본인은 인천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냐고 물었다. 평소 생각하던 바가 곧바로 나올 법도 했는데 무고사는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팬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라며 겸손을 보인 뒤 조심스럽게 문장을 만들었다.
“내가 인천 선수라서 자랑스러운 것처럼, 팬들도 내가 인천 선수인 걸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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