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현령 기자] 제로 음료수로 대표되던 저당 트렌드에 이어 잘 늙는 것을 추구하는 저속노화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저속노화 관련 상품으로 2030 소비자 모으기에 나섰다.
저속노화 트렌드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이끌고 있다. 정희원 교수는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채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발히 운영해 저속노화 개념을 알리고 있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 이용률이 높은 MZ세대 사이에서 저속노화 방법들이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속노화 식단이 관심을 받으며 관련 간편식도 수요가 높아졌다. 컬리에 따르면 최근 저속노화 관련 먹거리 상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시락 브랜드 마이비밀의 ‘다이어트 도시락 8종’ 판매량은 같은 해 9월 대비 무려 1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샐러드판다의 ‘병 샐러드 12종’, 이영애의 건강미식 ‘효소 30포 3종’도 각각 35%, 91% 올랐다. 지난해 저속노화 식단의 대표적인 구성품인 잡곡 상품군과 샐러드의 판매량도 각각 30%, 10% 상승했다. 이런 흐름에 컬리는 오는 14일까지 ‘다이어트 추천 식단’ 기획전을 진행한다. 곤약밥, 샐러드, 저당 도시락 등이 준비됐다.
편의점 업계도 발 빠르게 저속노화 관련 상품 출시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저속노화 관련 간편식 등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도 높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서 이달 1월까지 닭가슴살 상품군의 전년 동기 매출 신장률은 51.1% 증가했다. 잡곡 상품군 매출도 동기간 15.3% 성장했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초 단백질 음료를 시작으로 저당·저나트륨, 저속노화 등 건강관리 트렌드가 계속 옮겨가고 있다”며 “득템시리즈 닭가슴살 상품 4종은 저렴한 가격에 득템시리즈 상품 판매 순위 1위~4위를 모두 석권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건강식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GS25는 올해 잡곡을 신선식품 전략 상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실제 GS25의 전년 대비 잡곡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5.4%, 2023년 23.8%, 2024년 25.9%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1월 GS25 잡곡 매출은 전년 대비 60.7%로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GS25의 잡곡 매출 비중은 전체 양곡 매출 중 15%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6일부터 편의점 업계 최초로 50% 정도만 도정한 쌀인 ‘오분도미’를 판매 중이다.
저속노화 열풍의 중심인 정희원 교수와 협업에 나서기도 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정희원 교수와 함께 ‘편의점 간편식 국민 건강 증진 프로젝트’ 간편식 시리즈 5종을 출시했다. 도시락, 김밥, 샐러드 등 다채로운 상품을 기획했다. 세븐일레븐은 정희원 교수와 4개월간 제품 개발을 진행해 나트륨 함량을 일반 상품 대비 최대 50%까지 줄이고 잡곡, 닭가슴살, 야채 등을 주재료로 구성했다. 해당 간편식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출시 주간 대비 매출 신장률 30%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헬시플레저가 메가트렌드가 되며 2030 세대들이 건강에 대해 더욱 중시하게 됐다”라며 “정희원 교수가 유튜브에서 유명해지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팬층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피트니스 브랜드 ‘F4’와 협업했다. 지난 1월부터 샐러드, 샌드위치, 유부초밥 등 담백한 건강식을 콘셉트로 한 간편식 5종을 제공한다. 해당 상품에는 닭가슴살, 두부, 로만밀 식빵 등을 사용해 저속노화 식단을 찾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F45 두부유부초밥&샐러드'는 유부초밥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2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받았다. '닭가슴살&단호박샐러드'도 출시 후 샐러드 카테고리에서 단숨에 5위 안에 들어섰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번 상품이 건강관리에 몰입하는 ‘헬스디깅족(Health Digging)’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는 저속노화 관련 상품에 대해 할인 행사 등을 운영한다. 이마트는 2월 가격 파격 선언 상품으로 양배추, 오곡 즉석밥, 곤약 라면 등을 선정했다. 앞서 이마트의 지난 1월 양배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상승했다. 양배추는 정희원 교수가 요리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할 정도로 저속노화 식사법의 핵심으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올해 설 선물 세트 사전 예약에서 저속노화 관련 상품을 공개해 인기를 끌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건강 관련 세트 온라인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17% 성장했다. 특히 비타민 매출은 2022년 대비 2배 올라 전체 건강기능식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단백질, 관절, 칼슘, 마그네슘 관련 상품은 2년 연속 매출이 상승했다. 이 중 단백질 보충제 매출은 2022년보다 무려 150% 증가했다. 이런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에 홈플러스는 오는 3월부터 저속노화 콘셉트를 적용한 문화센터 강좌도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건강 관련 트렌드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깊이 자리를 잡았다”며 “이런 흐름에 간편식도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수요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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