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최태인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에 진출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유리기판 상용화를 위해 복수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사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반도체 사업부문(DS) 내 첨단 패키징 관련 인력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전자만의 독자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체적인 공급망을 물색 중이며, 이미 기술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유리기판 개발 추진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유리기판은 반도체 업체 중에선 인텔, 부품·소재 업계에서는 앱솔릭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준비하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AMD는 유리기판을 공급 받아 자사 반도체 칩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리기판 생산에 필요한 제반 기술과 장비는 삼성전자 주도로 확보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겨 최종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우선 반도체 패키징에 활용되는 인터포저 기판을 유리로 대체할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유리기판을 준비하는 건 기술적 중요성과 시장 성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기존 기판들보다 표면이 매끄럽고 얇아 보다 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열로 인한 휘어짐도 적어 성능과 비례해 발열이 많은 고성능·고집적도 반도체에 적합하다.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유리기판이 필수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유리기판을 상용화한 곳은 전 세계 전무하다. 앱솔릭스 등 기판 전문 업체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반도체 제조에 적용됐거나 출시된 사례는 없다. 유리로 만드는 반도체 기판이다보니 미세한 금이나 부스러기도 반도체 전체에 영향을 주는 등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장점은 확실하지만 제조가 쉽지 않아 이를 양산 및 공급하는 곳이 없는데, 삼성전자는 바로 이 점에서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시대 개화로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소재와 부품, 제조 장비까지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고 있지만 유리기판은 준비가 덜 돼 직접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이 유리기판을 선점하면 차세대 반도체 제조, 즉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도 강화할 수 있고, 자체 시스템 반도체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어 삼성 반도체 사업 전반 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기술로 활용도가 높아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리기판을 보유하게 되면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고 싶어하는 고객사의 위탁생산 주문(파운드리)을 받을 수 있고, 여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한 번에 패키징하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삼성전자의 유리기판 추진은 반도체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양산에 성공, 규모와 성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 반도체 기판 시장을 선점하는 반도체 제조사가 될 수 있다.
또 인텔이나 AMD 등 다른 반도체 업체에도 유리기판을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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