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독자경영 3년 차에 접어든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심판대에 올랐다. 장기간 업계 불황으로 본업인 쇼핑 실적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데다, F&B사업 확장을 위해 추진 중인 아워홈 경영권 인수 과정도 안갯속에 빠졌다.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김 부사장이 유통·F&B 투트랙 전략 위기를 극복하고 그룹 내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아워홈 경영권 인수 '안갯속'
국내 단체급식 2위 아워홈 경영권 인수는 현재 한화그룹 내 최대 이슈다. 김동선 부사장은 먹거리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이번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다.
재계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워홈 지분은 오너가 네 남매가 98% 이상을 보유 중인데, 한화그룹은 구본성 전 부회장(38.56%), 구미현 회장(19.28%) 보유 지분을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인수가는 주당 6만5000원인 약 8600억원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매각에 긍정적인 두 사람의 몫을 합치면 57.84%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는 있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다.
우선 차녀인 구명진(19.50%) 전 이사와 구지은(20.67%) 전 부회장은 앞서 두 사람과 달리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워홈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지은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이번 한화그룹의 인수 과정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자산의 소유자가 지분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 동일한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만일 구본성, 구미현 씨가 아워홈 지분을 한화에 매각하려고 한다면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도 먼저 매수 권리가 생기게 된다. 구 전 부회장이 이를 행사할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 측이 제시한 아워홈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앞서 한화그룹은 아워홈 인수 대금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비전, 사모펀드 IMM크레디트솔루션과 분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화비전이 지난 3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워홈 관련 투자 참여 의사가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인수금융 조달 방안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애초에 한화비전이 2500억~3000억원대의 자금 지원을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결국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수 대금을 주도하게 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자체 자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사실상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비전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 규모는 각각 1294억원, 2794억원이며 한화갤러리아는 452억원을 보유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 햄버거부터 아이스크림까지...F&B '광폭행보' 속내
김동선 부사장은 아워홈 인수를 비롯해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을 시작으로 F&B 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파이브가이즈를 통해 한화갤러리아가 식음료 부문 실적을 챙긴 만큼, 점진적으로 매장을 국내외로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 2023년 6월 파이브가이즈 1호점이 오픈한 이후 그해 3분기 식음료 부문 매출은 34억원, 4분기 매출은 68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파이브가이즈 일본 신규 사업도 올 4분기 첫 점포 오픈을 시작으로 향후 7년 간 도쿄를 포함한 일본 곳곳에 20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지난해 2월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했고, 이후 한화푸드테크를 통해 최근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다. 그해 9월 음료 제조 전문업체인 퓨어플러스도 인수했다.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음료' 생산 및 수출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목표다.
올해는 아이스크림 신사업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난달 '베러스쿱크리머리'를 계열회사로 편입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아이스크림 태스크포스를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신사업을 위해 올해 경기도 포천 부지에 아이스크림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의 먹거리 사업 광폭행보에 대하 한화그룹 승계작업이 사실상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그룹 내 본인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 부사장의 본업인 유통 부문의 최근 성장성 저하로 비롯된 묘책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아워홈 인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면 '업계 2위' 기업의 대규모 식자재 유통망을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김 부사장이 추진하는 F&B 사업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인 셈이다.
◆ "본업 살려라"...힘 잃은 갤러리아, 반등 묘책은
다만 F&B 사업과 별개로 유통 사업부문은 여전히 김 부사장의 큰 과제로 남아있다. 한때는 '명품 강호'로 불렸던 한화갤러리아가 내수침체, 국내 명품 소비 감소 등으로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김 부사장 또한 본업 부진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 한화갤러리아 연결기준 매출은 2484억 원으로 전년보다 46.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48.2% 감소했다. 3분기만 놓고 보자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114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을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8% 감소한 2조799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김 부사장은 보통주 3400만주를 주당 1600원에 공개매수하면서 책임경영 강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공개매수 지분 규모는 전체 보통주의 17.5%로 최근 3년 이내 공개매수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목표치에는 덜 미치는 2816만여주 가량을 확보하게 됐으며, 김 부사장의 지분은 기존 2.3%에서 16.85%로 대폭 확대됐다. 현재 한화갤러리아의 1대 주주는 (주)한화(36.31%)며 김 부사장은 2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다.
한화갤러리아의 전체 매출의 90%가 백화점에서 나오는 만큼, 김 부사장은 올해 백화점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전망이다. 서울 명품관 리뉴얼, 프리미엄 F&B 매장 확대 등 VIP 고객을 타겟팅한 경영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에르메스 확장 이전 등 기존 갤러리아백화점 특장점인 프리미엄 경쟁력 제고와 함께 F&B 부문을 시작으로 미래 먹거리를 지속 발굴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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