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일장춘몽' 되나…산업부 "탄화수소 경제성 부족"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첫 탐사시추 결과 상당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탄화수소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씨드릴의 시추선 웨스타카펠라호가 지난해 12월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구조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사진=한국석유공사)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왕고래 탐사시추 작업이 지난 4일 마무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탄화수소를 일부 발견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탄화수소는 석유·가스 등 해저 에너지자원 탐사시 자원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근원암의 열 성숙도를 측정해 435~465도 사이면 성숙, 465도 이상이면 과성숙으로 판단하는데 성숙단계에서 ‘석유’가, 과성숙에서 ‘가스’가 생성된다.

산업부는 당초 대왕고래 시추 중간결과를 5~6월께 발표하기로 했지만, 이날 1차 시추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대왕고래 시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확한 정보를 미리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분석이 끝나야 정확한 값이 나오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할 수 없다”면서 “5월말 또는 6월말 정밀분석 중간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시추 과정에서 취득한 검층자료와 시료 등을 용역사로 보내 정밀 분석과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비록 대왕고래 구조 탐사시추에서 유의미한 탄화수소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전반적인 석유 시스템 구조는 양호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덮개암이나 저류층, 공극률이 사전 예측보다 양호했다”며 “지질학적 관점에서 나머지 6개 유망구조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추 결과에 기반해 오차 보정 작업을 다시 하게 되면 탐사 자원량이나 성공 확률 등 오차 보정이 된다는 것.

여타 유망구조에 대한 추가 시추는 투자유치를 통해 진행될 전망이다. 석유공사는 투자 입찰 공고를 늦어도 3월말에는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해외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개최해왔다”며 “탄화수소 부존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것이 성공 모멘텀으로 본다”고 했다.

이날 산업부는 울릉분지 또 다른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 이른바 마귀상어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성 검증 작업에 있다고도 전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7개 유망구조 중 하나인 대왕고래에 대한 시추가 이번에 진행된 것이고, 6-1광구, 8광구 등 1차 유망성 평가에서 빠졌던 부분에 대해 2차 유망성 평가 용역 발주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신뢰성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단계”라며 “현재 지질 관련 국내학회 전문가가 검증하고 있다. 검증 과정 거친 이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시추 결과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발표 당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대왕고래) 발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무적인 개입이 부각됐다”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죄송하단 말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