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특별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사진=로이터
미국·중국 관세 전쟁도 국내 기업들에는 악재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강화할 경우,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타격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중국·일본 등 각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반도체 산업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근로 시간 규제를 완화해 왔다. 한국은 보조금 지급 대신 세제 혜택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해왔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도 여야 정쟁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딥시크 쇼크로 특별법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정치권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 반대해 온 민주당도 입장 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재명 대표가 주 52시간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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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전쟁 중인데... 한국은 세제혜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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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반도체 경쟁국들은 보조금 지급과 노동 시간 유연화를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제정해 527억달러(약 73조원) 규모의 반도체기금을 편성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생산 보조금 390달러(약 54조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반도체 투자 기금인 '빅펀드'를 조성해 5년 주기로 지금까지 약 1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왔다. 일본도 최근 3년간 총 3조9000억엔(약 36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한국은 직접 보조금 대신 투자세액공제와 대출·보증 등의 방식으로 기업들을 지원하는데 그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이려면 세제 혜택 보다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액공제 규모가 보조금 없이도 충분할 정도로 크지 않고 활용도도 낮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은 대기업 15%, 중소기업 25% 수준이다. 현행보다 공제율을 5% 상향하는 K칩스법 조차도 국회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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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특혜(?).. 국가 기반 산업 지원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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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지원 법안은 여야 간 논쟁이 끊이지 않는 사안이다. 지원의 최대 수혜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 만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국가가 나서 특정 대기업을 밀어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담긴 K칩스법이 처음 발의됐을 당시 야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한 재벌 특혜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보조금 지급도 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타 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재계는 반도체 지원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닌 국가전략 기술 투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리면 국내 경제도 휘청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경쟁적으로 육성 중인 가운데 한국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딥시크 쇼크 이후 정치권에서도 반도체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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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52시간제 입장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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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별법의 주52시간 예외 조항에 반대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관련 논의가 진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스1
주요국들은 반도체 R&D 인력의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노동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예외 조항이 타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도입을 반대했다. 딥시크 쇼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민주당 내 기류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고 노사 의견을 수렴했다.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 이재명 대표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 대표는 "1억3000만원 이상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직에 한해 본인이 동의할 경우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반도체 특별법 관련 논의도 진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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