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로 드러나면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둘러싼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대규모 부당대출과 내부 리스크 관리 부실을 강하게 지적하며 현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 회장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를 포함한 거취를 직접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부터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 왔으나, 이번 검사 결과로 인해 그의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강경한 제재 조치를 예고한 만큼, 임 회장이 직접 결단을 내려 조직 안정과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 부당대출 2334억 적발…60% 이상 '현 경영진 체제'서 발생
금융감독원이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비롯한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3개 은행에서 총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에서만 2334억원(101건)의 부당대출이 발생해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사례 중 60% 이상이 현 경영진 체제 이후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451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이 중 123억원(27.3%)이 이미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임 회장 시절 발생한 부당대출보다 더 높은 부실화 비율을 기록한 것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규모 부당대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현 경영진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검사에서는 고위 임직원들이 부당대출에 직접 연루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우리은행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를 위해 대출심사 및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1604억원의 부당대출을 승인했다. 이 중 987억원(61.5%)이 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한 것이며, 전체 부당대출 중 1,229억원(76.6%)이 이미 부실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온정적 징계 문화'가 금융사고 대응을 부실하게 만들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손태승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 기준이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부당대출에 연루된 직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또한 징계 대상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포상과 승진이 이뤄지는 등 인사 공정성이 훼손됐다고도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서 "내부통제 부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재를 검토할 것이다"며 "특히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한 금융회사 경영진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종룡 회장 강조한 '비은행 강화' 공염불 우려…보험사 인수 악영향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검사 결과로 인해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절차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낮출 경우, 보험사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이미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내용이 이사회 논의에 반영되지 못했고,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가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되면서 절차상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인수 대상인 보험사를 금융당국이 자회사로 편입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수당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중요한 사항이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당국의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보험사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임종룡 회장의 거취 문제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법인에 대한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직접 책임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그가 당시 했던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임 회장 역시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경우,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지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조직의 신뢰 회복을 위해 조기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로 인해 임 회장이 더 이상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제재 강도에 따라 임 회장의 거취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조직문화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융당국은 단순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사태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책임 있는 자들에게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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