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글로벌 탄소 배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친환경 선박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들은 LNG·수소·LCO2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기술력과 탄소 포집·저장(CCS)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트럼프 재집권으로 CCS 산업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IMO의 선박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3단계 기준이 적용된다. 이는 기존 대비 에너지 효율을 30%가량 높이는 조치로, 선박의 탄소 배출을 더욱 줄이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선박 톤 마일(Ton Mile) 당 탄소 배출량을 10% 추가 감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도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올해부터 선박의 연료 소비량과 항해 거리 등을 고려해 매년 평균 2%씩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2030년까지 총 11% 감축이 목표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은 발 빠르게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이거나 발주된 대체 연료 추진 선박은 9876척으로, 전년 대비 22.5% 증가했다. 특히 전통적 유류 연료보다 환경 친화적인 가스류 등 대체 연료에 의한 대응은 3583척으로 지난 1년간 29.7%(821척) 늘었다.
한국은 이미 LNG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조선사들은 LNG 선박 수주 소식을 잇달아 발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6일 아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3796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 수주 계약을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체결하며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LNG 외에도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수소 및 LCO2(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수소 운반선은 미래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시장성이 높아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노르웨이선급(DNV)과 공동개발 프로젝트(JDP)를 체결하고, 선박용 액화수소 탱크 제작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표준 용접 절차와 평가 항목을 마련해 선급 승인을 획득하는 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2021년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16만㎥급 액화 수소 운반선 개념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으며, 2022년에는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추진 시스템을 개발해 노르웨이 선급(DNV)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받았다.
또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 부각되면서 LCO2 운반선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탄소 배출국에서 포집한 탄소를 유전·가스전이 많은 탄소 저장국으로 옮기는 해상 운송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내 조선사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LCO2 운반선 건조에 착수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OCCS(선박용 탄소포집설비)를 탑재한 LCO2 운반선을 공개, 한화오션은 4만㎥급 대형 LCO2 운반선에 대해 ABS(미국선급)로부터 기본승인을 획득하는 등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한국 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 기술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며 “LNG 추진선은 물론, 차세대 연료인 수소와 탄소 포집 시장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역시 트럼프 취임 이후 탄소포집 시장의 성장성이 더욱 부각될 여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발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설비 설치 등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의 지원을 강화한 바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2.0 시대에 탄소포집의 성장성은 더욱 부각될 여지가 크며 탄소포집에 대한 IRA 보조금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원유·가스 생산량 확대를 위해서는 유전에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EOR(석유증진회수)이 필수적인데, 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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