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또 대표 교체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조규동 유통사업·SCM본부장(사내이사)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조 대표는 2001년 오리온그룹에 공채로 입사한 후 2018년 이디야커피에 합류해 유통사업·SCM본부장, 가맹사업본부장, R&D본부장 등을 맡아온 인물이다. 이번 선임으로 이 디야커피는 창업주 문창기 회장과 조규동 대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번 대표이사의 교체는 지난해 4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앞서 이디야는 지난해 문 회장의 아들 문승환 경영전략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와 동시에 김상수 롯데마트 신규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영입, 문창기-김상수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한 바 있다.
김상수 전 대표는 29년간 유통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8개월 만에 경영고문으로 물러났다.
이에 앞서 2022년 6월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 출신의 이석장 대표를 영입했고, 그해 7월엔 GS리테일의 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 호텔 대표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3인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익범 대표이사는 2023년 12월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사임했다. 임기 약 1년 반만이었다. 이석장 대표는 이보다 앞선 2023년 6월 취임 약 1년 만에 물러났다. 이 전 대표도 일신상의 사유가 사임 이유다. 최근 3년 사이 3명의 대표이사가 물러난 셈이다.
실적 부진에 리브랜딩 하세월
업계는 이디야커피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 배경으로 ‘실적 부진’과 이를 만회하기 위한 ‘리브랜딩 지연’을 꼽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2001년 1호점 오픈 후 고속성장을 이어가며 단숨에 국내 최대 가맹점을 가진 메가 브랜드로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가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디야커피는 메가커피 등 초저가 브랜드와 스타벅스 등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사이에서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그 결과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0.8% 줄어든 2755억원을 기록했다. 이디야커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건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1%가량 줄어든 82억원으로 지난 2013년 이후 처음 100억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문을 닫는 점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 기준으로 이디야커피는 신규 오픈보다 계약을 해지한 가맹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새로 문을 연 가맹점은 143개인 반면, 계약을 해지한 곳은 343개였다. 2년 전인 2021년까지만 해도 계약 해지(88개)보다 신규 개점(218개)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이디야커피가 브랜드 정체성을 두고 헤매는 사이 저가 커피 브랜드 시장은 후발주자들이 자리를 꿰찼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다.
이에 문창기 회장은 이디야커피의 ‘리브랜딩’을 외쳤지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글로벌에서 인기가 높은 스타 모델(배우 변우석)만 내세웠을 뿐 리브랜딩 방향성과 발표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져 가맹점주들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본사에서도 리브랜딩 투자를 강압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애꿎은 대표이사들의 수명만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이사 교체는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쓰는 일반적 문책 인사이긴 하지만 이디야커피는 회사가 혼란해질 정도의 잦은 교체로 다급함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잇따라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했다가 없애기를 반복해 더욱 교체 횟수가 많아 보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업계의 각 분야별 강점을 가진 대표들을 선임했다가 성과가 잘 나오지 않으면 다른 전략을 가진 대표를 선임하는 시도를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시도를 지속한 것은 긍정 평가할 수 있으나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됐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풀이했다.
내부 직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대표가 계속 바뀌어 (경영)방향성이 없다’ ‘헤드(대표)가 두세 명이다 보니 서로 눈치 보느라 사소한 결정도 못 내려 우왕좌왕한다’ 등 비판적·자조적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업계 전반적 불황에 리더십 부재 등 내부 어려움까지 겹쳐 앞으로 정상적인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비관적 목소리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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