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 친이스라엘 행보에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행정부가 수십년간 고수해 온 '중동의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고 중동 내 반미정서를 넘어 우방들과의 신뢰관계에까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요르단과 이집트 등 주변 제3국에 영구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기간 관리·개발한다는 구상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 미국이 이스라엘 극우 '약속의 땅' 숙원 풀어주나
중동에서는 주민들을 제3국으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구상은 일단 이스라엘 극우진영의 숙원을 대신 이뤄주는 것으로 간주될 여지가 크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극우세력에게는 성서에서 차지하라고 기록된 '약속의 땅'으로 통한다.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이스라엘 극우진영도 가자지구 전쟁 때 팔레스타인인을 내쫓고 재점령할 것을 주장했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 강한 반대 입장을 견지했으나 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국들은 이스라엘의 욕심을 계속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양대 자치구를 이루는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몇주 안에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노골적으로 친화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이날 더 선명해지자 중동 아랍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의회 지도부에 10억 달러(약 1조4천500억원) 규모 무기의 이스라엘 이전에 대한 승인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중에는 가자 전쟁에서 무려 4만7천5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는 등 민간인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에 쓰일 수 있는 1천 파운드(약 453㎏)짜리 항공폭탄 4천700발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폭격에 따른 가자지구 내 민간인 참변 때문에 고위력 폭탄의 공급을 일부 제한한 바 있다.
가자지구에서 2023년 10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한 이들은 4만7천명 정도다.
사망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 혐의로 수배된 상태다.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이권까지 챙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훼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중동은 각종 종교, 종파, 민족이 충돌하는 '세계의 화약고'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미국은 적어도 외견상 중립을 표방해 소프트파워까지 유지하며 갈등을 관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앞에서 미국이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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