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인정' 남인천중·고교서 열정 불태워…최고령 85세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저마다 이유로 배움의 시기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5일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제23회 중등 성인반 졸업식이 열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은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고 평균 나이 66세의 중학생 227명은 호명될 때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나와 졸업장을 받았다.
우여곡절 학교생활이 담긴 졸업 동영상이 상영되자 감정이 벅차오른 몇몇 학생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암 투병 중인 정양순(65)씨는 그동안 동고동락한 급우들로부터 뜨거운 격려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씨는 2번의 난소암 완치 판정을 받고 중학교에 다니던 중 3번째 암이 재발했지만,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 육성회비를 내기도 빠듯한 집안 형편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졸업 후 생업에 매진하느라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
알뜰살뜰 3남매를 키워 손주까지 봤으나 2017년 처음으로 암 판정을 받으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정씨는 이때 좌절에 빠지기보단 여유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중학교에 입학해 다니던 중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불붙은 학구열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인천 서구에서 미추홀구까지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왕복 2시간을 통학하는 강행군 끝에 졸업의 꿈을 이뤘다.
정씨는 "배운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병원은 못 가더라도 학교는 꼭 가고 싶었다"며 "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을 위해 계속 정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졸업식에서는 부부 졸업생도 나왔다.
함재집(72), 조규춘(65)씨 부부는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당당히 졸업장을 받게 됐다.
함씨는 레미콘 회사에 다니다가 허리를 다쳐 직장을 그만둔 뒤 먼저 중학교를 졸업한 아내의 설득에 따라 늦깎이 학생이 됐다.
아내인 조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지금 와서 무슨 공부를 하냐며 핀잔을 줬다"며 "지금은 누구보다 열성적인 모습을 보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주간반 졸업생 중 최고령자로 개근상과 특별상까지 받은 송문자(82)씨는 "배움에 한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더라도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 졸업생 가족인 박모(50)씨는 "어머니는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기 쉽지 않은 시기에 공부를 시작하면서 삶에 크게 만족하셨다"며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1984년 학생 7명으로 출발한 남인천중·고교는 만학도들이 중·고교 정규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학력 인정학교'다.
올해 중학교 227명과 고등학교 227명 등 454명이 졸업하며 최고령 졸업생은 중학생 82세, 고등학생 85세다.
남인천중·고교는 올해까지 졸업생 1만7천445명을 배출했고 이 중 성인은 7천734명(44.3%)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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